주요 맥주기업 출고가 6.9%↑...버거 가격도 오름세
식자재·물류비 동반 상승 중...업계 가격인상 고심
정부 "기업이 인상요인 흡수해달라"
둔화세 들어섰던 외식물가...중동 상황에 '꿈틀'
서울 시내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시민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고 있다. 2023.9.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둔화세를 보이던 먹거리 물가가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햄버거와 맥주 기업들이 잇따라 출고가 인상을 공표했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를 맞은 중동 역시 물가를 자극하는 중이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부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3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상승했다. 지난달 5.8% 인상에 비해 증가폭을 더 줄인 모양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7.6%) 이후 5개월 연속 둔화 중이다.
동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여전히 홀로 높은 위치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점차 곡선을 완만하게 그리는 추세였다. 급변하는 대외 여건에 업계의 상황은 지표와 다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최근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정부 역시 먹거리 물가가 다시 급등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최근 식품·외식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을 요청한 것 역시 물가 자극 우려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에 물류 효율화나 소비자 안정을 위해 가격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정부의 직접적인 요청에도 맥주와 햄버거 가격 인상이 확실시되며 물가 자극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통상 식품·외식 부문은 상위 한 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기업들이 따라가는 사례가 많아서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맘스터치는 오는 31일부터 닭가슴살을 원료로 쓰는 버거 4종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맥도날드는 내달 2일부터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올린다. 맥도날드의 가격 인상은 올해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조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고금리로 금융 비용이 늘었고 인건비, 전기·가스요금 등도 상승했다고 토로했다.
정부 압박에 다른 주류·버거 업체들은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눈치 게임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중동 불안 상황 등 글로벌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달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8% 올랐지만 2년 전인 2021년 9월과 비교하면 15.0% 상승했다. 외식 물가도 1년 전보다 4.9% 올랐지만 2년 전보다는 14.3% 상승한 수준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