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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넘게 군사도발 멈춘 北… 한미일은 사상 첫 ‘연합공중훈련’ [밀리터리 월드]

북·중·러 맞서 3국 군사안보 협력 강화 의미
핵 무장 가능 B-52도 참가해 대응능력 확대
"北, 중동전쟁發 반미 여론 편승 외교전 집중
3차 위성 발사에 북러 전략적 결속 달려 신중"

45일 넘게 군사도발 멈춘 北… 한미일은 사상 첫 ‘연합공중훈련’ [밀리터리 월드]
지난 19일 미군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포트리스'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다. 주한미군은 이날 B-52H의 착륙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부 제공
45일 넘게 군사도발 멈춘 北… 한미일은 사상 첫 ‘연합공중훈련’ [밀리터리 월드]
지난 22일 오후 한반도 남쪽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에서 한미일 공군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먼 곳부터 한국 F-15K 2대, 미국 F-16, 미국 B-52H, 미국 F-16, 일본 F-2 2대. 미 공군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로켓 포격에 이어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집단 거주지역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이-하 전쟁'의 향방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대적으로 침공을 감행함으로써 발생한 '러-우 전쟁'도 1년8개월을 넘기고 있다.

이렇듯 지구촌에 두 개의 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은 지난 9월 13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이후 46일째 무력 도발을 중단하고 있다. 북한이 이달 내로 예고했던 군사정찰위성의 3차 발사 시도 역시 여전히 관련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춘 사이 한미일 공군은 지난 22일 한반도 남쪽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3국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관련 의미와 속내를 짚어본다.

■한·미·일 첫 한반도 인근 연합공중훈련, 역내 안정 도전 세력에 대한 결의

지난 17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B-52는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와 함께 공중훈련을 벌였다.

이날 훈련에는 미 공군의 B-52H 전략 폭격기와 F-16 전투기,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공군은 이번 훈련에 대해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국방 분야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따른 3국의 대응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주관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한미일 3국의 첫 한반도 인근 연합공중훈련은 역내 안정을 해치는 세력에 대한 공동의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향후 3국 간 공조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한미 공군, 미일 공군이 각각 한반도와 인근 상공에서 여러 차례 연합훈련을 실시했으나 한·미·일 세 나라 공군이 함께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뿐 아니라 중·러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치적·역사적·전략적으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北 북러 무기거래 국제사회 이목 집중 부담... 외교전 집중 양상

북한이 10월 중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제78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발사가 이뤄지진 않았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중동에서 커지고 있는 반미·반이스라엘 여론에 편승해 북한이 외교전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달 9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북러정상회담 후속 조치 이행에 집중하는 것이라 진단했다.

미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제주 동남쪽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그리고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해양 차단과 대(對)해적 훈련을 실시하고 12~16일 한국 해군의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군사 도발로 대응해 왔다. 북한은 지난해 9월과 올 3월 '레이건'과 '니미츠' 등 미 항모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기항했을 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도발을 통해 견제에 나섰지만, 이번엔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미국이 핵전쟁 도발을 걸어왔다"는 수사적 반발에 그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전술적으로 한국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북한만 일방적으로 어기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대목, 또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 등 군사 협력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군사 도발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3차 우주발사체 성공여부는 북러의 전략적 결속을 건 공동운명체적 성격

북한이 최근 도발에 신중한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가 핵 위협 고도화에 맞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며 B-52 폭격기를 한국에 착륙시키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는 강경대응을 하고 있어서다.

북한의 3차 우주발사체 성공 여부에 따라 북러 거래를 넘어 북러의 전략적 결속이 강화되거나 혹은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만큼, 완벽한 조건을 갖춘 후 발사에 나서기 위해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이 올해 연말 총화를 앞두고 군사 도발보다는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내 정찰위성 발사 카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1월 중 한국군의 독자 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해 서둘러 도발에 나설 가능성과 위성 궤도에 안착 성공 확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발사 시점을 뒤로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북한에 3차 위성발사체 발사는 '시도' 자체가 아니라 '성공' 여부가 중요한 상황으로 북러 간 무기 거래의 조건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면서 발사가 지체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3차 우주발사체의 성공 여부는 북러의 공동운명체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성공하면 북러 거래를 넘어 북러의 전략적 결속이 강화하고 실패하면 그 반대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3차 우주발사체 발사를 위한 조건이 이른 시일 내에 충족되면 우주발사체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고 조건 충족이 지연되면 북한이 다른 방식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따라서 북한의 주장에 수사적 대응뿐 아니라 대비태세 점검 등을 통한 군사적 대응 준비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