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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확산일로 럼피스킨병, 구제역 악몽 되풀이 않게

열흘간 확장세 전남도 뚫려
경남북 확산 않게 차단해야

[fn사설] 확산일로 럼피스킨병, 구제역 악몽 되풀이 않게
소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지난 26일 확진 지역. 이후 발병 10일만인 29일 60곳으로 늘었다.
소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 비상이다. 특히 방역망을 뚫고 전남 지역에서도 확진사례가 나왔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무안군 망운면 축산농장에서 키우던 한우 한 마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남도는 축산농장 반경 10㎞ 내 615개 축산농가에서 키우는 소 2만3000마리에 대해 육안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은 29일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0일까지 전국 모든 소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신 400만마리분을 이달 내 도입하기로 했다. 농가의 발병 조기신고를 위해 살처분 보상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는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면서 "지금부터 3주간이 방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누적 확진사례는 모두 61건이다. 지난 20일 처음 보고된 이후 21일 3건, 22일 6건, 23일 7건이 각각 확인됐다. 발생지역도 충남·북, 경기, 인천, 강원, 전남·북 등 7개 시도로 확장됐다.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되는 소는 모두 4107마리다. 확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다음 달 중에 확산세가 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모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럼피스킨병은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가축전염병이다. 폐사율이 10% 이하라고는 하지만 발병 시 소의 유산이나 불임, 우유생산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1929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2019년 이후 중국, 몽골 등 아시아권에서도 확인됐다. 지난해 인도 북서부에서 200만마리 이상 감염됐다니 만만하게 볼 병이 아니다. 중국 등을 거쳐 지난달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때늦은 감이 있다. 확산을 조기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열흘 동안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피해지역이 늘었다. 축산농가에서는 백신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긴급접종에 필요한 54만마리 분량의 백신을 도입했다고 하나 사육소가 350여만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이제야 백신을 추가로 수입한다고 하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축산농가가 밀집된 전남에 이어 경남·북까지 확산되는 것이 걱정이다.
백신 접종 완료 전까지는 발생한 시군과 인접한 시군 소재 농장에서 소의 이동을 제한하고, 가축분뇨의 경우에도 정밀검사 후 음성인 경우에만 이동을 허용한다는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축산농가들은 2010년 350만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는 등 3조원의 피해를 내면서 축산농가를 초토화시킨 구제역의 악몽을 상기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농가의 파산과 쇠고기 가격 폭등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쯤에서 틀어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