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으로 탄약 모자라던 나토, 이스라엘 사태 겹치자 '비상'
포탄 등 탄약 고갈 우려에도 단기간 증산 어려워
그나마 美 기업들은 지원 덕에 증산 적극적
유럽 기업들은 정치권 압박에도 시큰둥, 韓 방산 기회 될 수도
지난해 4월 29일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155mm 포탄이 선적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약 20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지원중인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 사태가 심각해지자 탄약과 무기 등 군수품 고갈을 걱정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무기 지원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방산업계의 증산을 요구했지만, 업계에서는 수요를 보장하지 않으면 투자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사태로 탄약 고갈 가속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부에서 이스라엘 사태로 인한 무기 및 군수품 부족에 대한 염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스웨덴 방산조달청의 괴란 마텐손 청장은 “생산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유럽 및 미국의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며 나토 내에서 군사 자원 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방산업체 파트리아의 에사 라우탈린코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방산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전부 가동하고 있다며 신규 설비가 작동되려면 2~5년은 걸린다고 추정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우크라 전쟁이 길어지면서 탄약과 무기가 부족한 상황이다.
나토의 롭 바우어 군사위원장은 지난 3일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안보 포럼에서 “통의 바닥이 보이고 있다”며 “훨씬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에서 우크라에 가장 많은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추가해야 하는 형편이다.
WSJ는 비록 유럽이 직접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면 다른 국가도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라우탈린코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며 “만약 이스라엘이 미국의 재고를 받는다면 그것 역시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부족한 군수품은 장거리 포격을 위한 나토 규격의 155mm 야포탄이다. 미국은 우크라전 개전 이후 200만발 이상의 155mm 포탄을 우크라에 보냈고 유럽은 이보다 수십만발 더 많은 포탄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중동 지역 수요에 대비해 이스라엘에 비축하고 있던 155mm 포탄 수십만 발을 우크라에 보낸다고 밝혔으며 이후 이스라엘 비축분의 약 절반이 빠져나갔다고 알려졌다. 미국은 이달 이스라엘 사태 이후 남은 비축분의 일부를 우크라에 보내지 않고 이스라엘군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바우어는 155mm 포탄이 “지금 세계 각국에서 가장 탐내는 물건” 이라며 지난해 우크라전 개전 이전에 1발당 2100달러(약 284만원)였던 가격이 지금은 8400달러(약 1136만원)로 4배 올랐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보도에서 우크라와 이스라엘 모두 155mm 포탄이 필요하며 그 외에 스팅어 휴대용 대공 미사일, 스마트 유도 탄약 등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증산에 소극적인 유럽, 韓에게 기회?
일단 미국 방산업체들은 미 정부가 우크라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지원하겠다고 못을 박은 만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미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는 연간 20만발 수준인 포탄 생산량을 5배 늘려 100만발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미 정부가 최근 몇 개월 동안 로켓 모터, 포탄, 미사일 등의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발주한 군사 계약은 250억달러(약 33조82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은 정치인들의 증산 요구에도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내가 만약 업계 사람이라면 분위기를 읽고 증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산업계 관계자는 교전이 멈춰도 무기 수요를 보장하는 합의가 있어야만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바우어는 정부와 업계가 “서로 파멸적인 목조르기를 그만 하고 다른 쪽에서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빌 라플랜트 조달·유지 국장은 최근 몇 주에 걸쳐 유럽 정부에 방산 계약 발주를 늘려 업계를 자극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럽의 갈등은 한국 방산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2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나토 및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나토 산업포럼’이 개최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 포럼에 "처음으로 일본, 한국, 호주 등 우리의 인도·태평양 파트너국들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주벨기에유럽연합 대사관 및 방위사업청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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