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를 고대하던 채권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단기채 수요가 커지고 있다. 만기를 길게 잡아 자본차익을 크게 가져 가려 했으나 긴축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을 마냥 묶어둘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단기채로 먼저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27일 기준) 국내 채권 거래대금 1위 잔존만기 유형은 '1년 초과~2년 이하'로 나타났다. 이 기간 모두 345조9419억원어치가 거래됐다.
'2년 초과~3년 이하'가 190조92억원, '6개월 이하'가 187조7129억원, '6개월 초과~1년 이하'는 169조536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은행채(219조1765억원)의 경우 단기채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잔존만기 1년 이하 은행채 거래대금이 123조6275억원으로 전체의 56.5%를 차지했다. 반면, '10년 초과~20년 이하'(27조3894억원), '20년 초과 30년 이하'(69조5900억원)는 합쳐서 96조9794억원에 그쳤다. '30년 초과'는 18조4785억원으로, 전체 잔존만기 유형 가운데 제일 적었다.
이처럼 채권 투자자들이 만기가 적게 남은 채권을 선호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정책 기조 때문이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이 점쳐지고 있으나 12월 재차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초단기채 펀드에도 자금이 대거 들어왔다. 최근 3개월 새 4조1606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같은 기간 일반채권 펀드, 회사채 펀드에서 각각 2390억원, 5368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초단기채 펀드는 투자 회수기간이 6개월 내외로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장기채보다 금리 변동에 둔감해 금리인하시 자본차익을 크게 챙겨갈 순 없지만 채권금리 상승기엔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만기매칭형을 제외하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올라 있는 21개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하반기 들어 손실을 기록한 상품은 1개뿐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장기 상승 방향으로 베팅이 만들어져 있다"며 "11월 FOMC와 고용지표가 어떻게 도출되는 지에 따라 금리 상승의 불씨는 언제든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용 및 물가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연말 이후는 돼야 시장금리 안정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를 직접 올리지 않더라도 인상 신호를 지속 내비쳐 시중금리 상승을 유도할 여지도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원하는 것은 고금리 장기화로, 시중금리는 정해진 한계가 없는 만큼 구두 개입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며 "다음달 FOMC에서의 발언은 매파적 색체를 띨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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