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부터 금융권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 가동
기업 구조조정 체계 공백 막았지만 임시방편..기촉법 재입법 시급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 3900개 웃돌아..5년만 최고치
기업 구조조정 시급한데 기촉법 위헌성 두고 여당 정부-야당 이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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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5일 일몰된 가운데 금융권이 10월 31일 기업 구조조정 체계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자율협약) 가동에 나섰다. 다만 모든 금융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촉법과 달리 자율협약은 이에 가입한 금융기관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기촉법이 재입법돼야 하지만 여당·정부와 야당간 이견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기촉법 일몰 공백 메울 자율협약 가동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와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는 이날 자율협약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각 협회를 중심으로 소속 금융기관에 대한 협약 가입절차를 진행한 결과 대상 기관 300곳 가운데 294곳이 협약에 가입했다. 가입률 98%다. 금융권은 협약에 가입하지 못한 금융기관 및 비금융 채권기관 등도 언제든 협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 가입에 제한을 두지 않을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부실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약을 통한 신속한 정상화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3900개를 웃돈다. 전체 기업(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기업)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5년 만에 최고치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필요한 부실징후기업은 185개로 1년 새 25개 늘었다. 자금난이 영세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산되면서 1∼8월 어음부도액은 3조62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1조9000억원)이나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2조2500억원)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 회생·파산 신청 역시 급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말까지 현재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213건이다. 지난해 동기(738건)보다 64.4% 증가한 수준이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파산신청 건수(1004건)보다 20.8% 많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야당 "위헌성 문제 해결해야" 여당·정부 "이미 해소"
금융권에서는 기촉법 일몰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자율협약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기촉법이 재입법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모든 금융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촉법과 달리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에게만 적용되는 등의 한계가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기촉법이 재입법되어 보다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등과 적극 협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좁혀지지 않는 여당·정부와 야당의 입장이다. 야당이 기촉법에 대한 법원의 위헌성 의견을 해소하라고 금융당국 측에 요구하면서 기촉법 재입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촉법 재입법과 관련해 "빨리 여야 간에 만나서 11월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법은 빨리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법안심의 과정에서 법원이 위헌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정부와 법원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시장 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이 작동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법이며 △채권단 이해관계의 복잡화로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지고 일부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평등권 침해 가능성이 존재하고 △금융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관치금융 우려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홍 원내대표는 기촉법의 시한 연장이 불발된 것이 야당 반대 때문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며 "민주당은 기한 연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개선, 시장과 기업 친화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정부 "수차례 법개정 통해 위헌성 개선..정확히 문제 말해달라"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 관련 문제를 대부분 해소했으며 법원 측에도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먼저 기촉법상 채무기업보다 금융채권자의 권한이 우선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절차에서 채무기업이 사실상 배제된다는 법원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 기촉법 개정을 통해 워크아웃 신청주체를 채권은행에서 기업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채무자 신청에 의해서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며 워크아웃 진행중이라도 회생 절차로 언제든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기촉법 적용대상에 상거래 채권자가 제외돼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거래 채권자의 경우 ‘회생’시 채무감면 등을 통해 부담을 공유하지만 ‘워크아웃’은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채권자는 실사를 토대로 유리한 경우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되고 이에 반대할 경우 반대매수청구를 통해 권리보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야당은 법원과 (위헌성 문제를) 협의하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는 이같은 내용을 법원에 설명했고 법원 측에서 관련 의견을 안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하는) 회생 중심의 워크아웃에 따른 기업 정상화 원칙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기업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기촉법 재입법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관계자 역시 "야당이 정확하게 어떤 점이 위헌성이 있는지를 얘기하지 않고 법원하고 협의하라고만 한다"며 사실상 발목 잡기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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