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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Money]“연 4% 예금, 벌써 사라진다고?” 당국 압박에 금리 떨어진다

연 4%대 금리 은행권 예금
지난달 5개에서 최근 20개
5대 시중은행 모두 연 4%↑

금융당국 “수신 경쟁 자제”
가계부채·2금융권 부담 우려
‘막차’ 수요에 정기예금 규모↑

[출근길Money]“연 4% 예금, 벌써 사라진다고?” 당국 압박에 금리 떨어진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은행 정기예금 가운데 연 4%대 최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두 달도 안 돼 4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4·4분기에 유치한 대규모 자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이를 재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을 염려해 은행권에 수신 금리 경쟁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라 향후 예금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 4%대 정기예금 ‘20개’...“지난달 보다 4배 늘어”

연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현황
(연 %)
은행 상품 최고 금리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4.35
수협은행 헤이(Hey)정기예금 4.3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 4.3
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 4.25
DGB함께예금 4.25
(은행연합회)

연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추이
(1년 만기 기준)
구분 연 4%대 예금 최고 금리
9월 4일 5개 연 4.1%
11월 2일 20개 연 4.35%
(은행연합회)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공시된 19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37개 상품 중 최고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20개로 집계됐다. 연 4%대 상품이 지난달 4일 기준 5개였던 점을 고려할 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4배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최고 금리도 연 4.1%에서 연 4.35%로 0.25%p 뛰었다.

현재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으로 최고 금리가 연 4.35%다. 수협은행 ‘헤이(Hey)정기예금’(연 4.3%),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연 4.3%), 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 DGB함께예금’(연 4.25%)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도 모두 4%를 상회했다. 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연 4.0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연 4.05%),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연 4.05%),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연 4.0%)’, 농협은행 ‘NH올원e예금’(연 4.05%)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도 연 4%를 넘어섰다.

이같이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4%대까지 올린 이유는 최근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대규모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연 5%대 고금리 예금을 출시해 자금을 확보했다. 이때 저축은행업계와 상호금융권도 연 6~7%대 예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수신 경쟁에 뛰어들면서 올해 4·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 만기가 끝나는 예·적금은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예금금리 더 올리지마” 당국 주문에 ‘막차 수요’ 늘어날 듯

5대 은행 정기예금·수시입출금 잔액 추이
(억원)
정기예금 수시입출금
5월 817조5915 602조8237
6월 822조2742 623조8731
7월 832조9812 600조4492
8월 844조9672 597조9651
9월 842조2908 608조1349
10월(27일) 854조954 595조6420
(각 사)

그러나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 인상 기조는 꺾이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시중은행 10곳의 부행장을 불러 “시장금리 상승 폭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신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려 수신 경쟁이 심화할 경우 대출 금리가 함께 뛰며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2금융권의 자금조달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날 기준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중 최고 금리는 4.5%로 1금융권과의 차이가 0.15%p에 불과하다. 평균 예금금리는 하반기에만 0.16%p 상승하며 4.12%를 기록했으나 5대 은행과의 격차도 0.7~1%p 수준에 불과해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더 올려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 둔화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연체율이 악화한 상태라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

이에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 인상이 끝물에 접어든 만큼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에 가입하려했던 대기성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595조6420억원으로 지난달 말(608조1349억원)보다 12조4929억원 줄었다.
지난달에는 예금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며 대기성 자금이 10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3달 만에 증가 전환했으나 최근 당국의 압박에 연 4%대 막차 수요가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11조8046억원 늘어난 854조9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이 6개월 만에 감소했으나 최근 금리를 연 4% 초반까지 올리면서 잔액이 크게 늘었다”며 “다만 대출 금리 상승 우려에 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 메시지가 연일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예금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