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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출 30% 늘릴 때 자영업자 1% 늘렸다”...‘종노릇’ 소상공인·자영업자 외면하는 은행권

5대 은행 대기업 대출액 1년 새 ‘28.2%p’↑
개인사업자 대출은 같은 기간 ‘1.4%’만 증가
대출금리 1년새 1%p 넘게 뛰는 등 문턱 높아져

대출 수요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2배 이상 높아
은행권 “연체율 관리 때문에 보수적으로 영업”
코로나19 이후 최대 고비...中企 자금난 우려

“대기업 대출 30% 늘릴 때 자영업자 1% 늘렸다”...‘종노릇’ 소상공인·자영업자 외면하는 은행권
코로나19와 경기 부진 등으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 가운데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 1.15%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2023.10.4 dwise@yna.co.kr

[파이낸셜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며 '은행의 독과점'에 대해 날을 세운 가운데 실제 은행권이 우량한 대기업 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간 대기업대출 규모를 30%가량 늘릴 동안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각각 4%, 1%만 늘리는 등 소극적인 대출에 나섰다. 은행권은 대기업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0.5%p에 달하는 만큼 대출 심사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대출만 30% 증가”...은행 대출의 ‘빈익빈 부익부’

5대 은행 기업대출 세부 현황
대기업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개인사업자
22년 10월(A) 107조1266억원 597조5407억원 315조754억원
23년 10월(B) 137조3492억원 626조9667억원 319조5560억원
증감폭(A→B) 28.2%(30조2226억원) 4.9%(29조4260억원) 1.4%(4조4806억원)
(각 사)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316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7조3492억원으로 전년 동월(107조1266억원) 대비 28.2%(30조2226억원) 늘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2%에서 18%로 올랐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은 같은 기간 597조5407억원에서 626조9667억원으로 4.9%(29조4260억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85%에서 지난달 82%까지 감소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315조754억원에서 319조5560억원으로 고작 1.4%(4조4806억원) 늘어나며 증가세가 대기업대출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기업대출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은행권이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을 높이며 대기업 위주의 영업 방식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은행이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연 5.24~5.43%, 신용대출 금리는 5.26~6.40%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각각 4.17~4.63%, 4.19~5.56%였던 점을 고려할 때 1년 만에 대출금리가 4%대에서 5~6%대까지 뛴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마찬가지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7~9월 신규취급분 기준 연 5.31~5.45%로 1년 전(연 4.11~4.64%)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81%p, 1.2%p 뛰었다. 신용대출의 경우도 올해 7~9월 신규 취급분 기준 금리가 연 5.09~5.97%로 전년 동월(연 3.65~5.29%) 대비 금리 하단이 1.41%p 뛰었다.

■은행권 “중소기업 연체율 너무 높아”...中企 자금난 우려

5대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 추이
(%)
대기업 중소기업
22년 9월 0~0.04 0.14~0.28
23년 9월 0~0.13 0.3~0.51
(각 사)

문제는 대출 수요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대기업 대출 수요는 전분기 17에서 14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에 운전자금 수요가 늘면서 같은 기간 17에서 28로 급증해 대기업 대출 수요의 두 배까지 뛰었다.

은행권은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연체율은 지난 9월말 0.3~0.51%로 집계돼 전년 동월(0.14~0.28%)보다 두 배 넘게 높아졌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04%에서 0~0.13%로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대출 문턱은 연말까지도 높아질 예정이다.
올 4·4분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0,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대출 취급을 확대 중인 대기업엔 ‘중립’, 중소기업엔 엄격한 대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뜻으로 -6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 2021년 이후 가장 큰 마이너스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서 대출 수요를 전부 감당하긴 힘들다”며 “코로나19 금융지원도 종료돼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 향후 신용이 훌륭한 대기업을 위주로 보수적인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