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행 종노릇 한다는 여론"...횡재세 도입 시사
지난 2월 기재부 "시장 원리 안맞아" 선그어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이자 부담 극심...업계 논의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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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고금리 기조에 수혜를 누리는 것처럼 여겨지는 금융권이 적절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재차 금리를 동결시켰음에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예측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한 만큼 반대로 은행의 이자 수입 역시 의도와는 상관없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수익의 일정 부분은 세금으로 거둬들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횡재세'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에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고 발언하며 민·관 모두 '횡재세'를 떠올리는 분위기다.
횡재세는 특정 산업에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일정 부분 세금의 형태로 거둬들이는 제도다. 초과 수익의 기준치는 법으로 정한다. 예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에서는 에너지 산업군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3일 기준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시중 5대은행의 대출 잔액만을 놓고 봐도 686조119억원에 이른다. 금리가 치솟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전월 대비로도 한달만에 3조6825억원이 불었다. 앞서 8월과 9월의 증가세가 1조5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부채는 가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가채무도 현재 100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오는 2028년이면 58%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달러를 제외한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역시 지난 국정감사에서 "작년 국가채무 이자비용이 21조1000억원으로 재작년에 비해 10% 가까이 증가했다"며 "발행량도 문제지만 금리가 오르는 것이 (이자 비용 증가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1인당 가계부채 현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29일 한국은행 제주본부 양재운 과장이 신용정보원 및 신용정보회사(NICE)를 통해 분기별로 수집한 가계부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지역별 가계부채를 차주 수로 나눈 차주 1인당 가계부채 규모를 추산한 결과 전국 평균(제주 제외)은 8천900만원으로 집계됐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연합 지면화상
결과적으로 은행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자 수입은 덩달아 뛰는 중이다. 5대 시중은행의 3·4분기 누적 수입은 30조9366억원에 이르며 처음으로 30조원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이미 5대 금융지주 순수입은 18조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두 배 가까운 수입을 3분기만에 올린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은행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은행과 정유사에 초과 이익의 50%까지 법인세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꼭 세금이 아니더라도 은행이 내는 서민금융 출연금을 올리는 등 '이자 잔치'의 혜택을 나누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다만 횡재세의 도입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을 해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추 부총리 역시 대정부 질문에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전혀 생각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손해에는 방관하고 이익에만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시장 흐름을 저해한다는 의미다. 무리한 횡재세 도입이 되레 '가격상한제'와 같은 천장을 만들 우려도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며 가속화되는 외인투자의 이탈도 문제다. 최근 횡재세 도입 방침을 밝힌 이탈리아 역시 은행 주가의 폭락을 겪으며 유럽중앙은행(ECB)까지 나서 철회를 권고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횡재세가 다른 산업군으로 번지지 않을 보장이 없다"며 "외국으로부터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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