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우상향 시장에 투자 시 ‘수익률 뻥튀기’
최근 국채 금리 하락 베팅하는 상품 인기
‘일간 수익률’ 추종해 주가 횡보 시 문제
기초지수 변화 없어도 누적수익률 급감
리밸런싱·보수율 등으로 장기투자시 ‘불리’
3배레버리지 채권형ETN 보도참고자료 이미지
[파이낸셜뉴스]적당한 크기의 막대로 작은 힘을 큰 힘으로 바꾸는 장치를 ‘지레’라고 하고 그 막대를 ‘지렛대(lever)’라고 합니다. 투자에서도 지렛대의 원리를 활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레버리지(leverage) 투자’인데요. 빚을 지렛대 삼아 투자수익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입니다. 실제 가격이 오른 것보다 몇 배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손실이 날 때는 그 규모도 훨씬 큽니다. 오늘은 투자 성공의 기쁨을 ‘배’로 불려주지만 자칫하면 원치 않는 장기투자에 묶일 수도 있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의 대표주자,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추종지수보다 수익률 2~3배 ‘레버리지 ETF’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레버리지 ETF란 기초 지수가 오르면 그 수익률의 ‘2~3배’의 수익률을 내는 ETF입니다. 일반ETF를 같은 돈을 주고 샀을 때보다 2~3배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거죠. 만약 추종하는 지수가 KOSPI200인데 이 지수가 그날 1% 올랐다면 KOSPI200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이론상 2%의 수익률을 내는 겁니다. 가격이 1만원에서 1만200원이 되는 거죠.
즉 시장의 방향성에 2~3배로 투자하는 건데요. 한 방향으로 강하게,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을 추종하는 지수에 레버리지를 더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10년 가까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이에 미국 반도체 시장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HLX Semiconductor Sector Index)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1배만 추종하는 일반 ETF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죠.
최근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국채 금리가 낮아지는 것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가 인기가 많은데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상품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3배 ET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입니다. 해당 ETF는 미국 20년 이상 장기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국채가 낮아질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입니다. 국내 투자자는 이 ETF를 29억9000만달러(약4조원)를 매수하고 19억2000만달러(약2조6000억원)를 매도해 10억7000만 달러(약1조4000억원)를 순매수했습니다. 지난달에만 순매수가 1억1000만 달러(약1500억원)를 기록하며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사들인 종목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포트폴리오는 구성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초지수가 KOSPI200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등 주식들을 편입해서 해당 지수를 똑같이 복제합니다. 이에 더해 ‘KOSPI200주가지수 선물’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추가로 100%를 복제합니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이를 통해 기초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나타내는 코스피200 지수 선물을 매수하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내 돈은 1만원인데 주식 1만원, 선물 1만원에 투자한 효과가 나면서 1만원짜리 레버리지 ETF로 2만원어치 주식을 들고 있게 되는 셈입니다.
■투자 기간 길수록 손실도 ‘복리’로 늘어나
기초지수가 최초대비 상승 후 등락을 반복하는 경우. 미래에셋 자산운용 제공.
기초지수가 최초대비 상승 후 등락을 반복하는 경우에 수익률 비교.
주목할 건 레버리지ETF는 ‘일간 수익률’의 2~3배를 일일 정산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투자 기간’ 동안의 기초지수의 움직임을 보는 게 아니라 기초지수가 ‘하루 동안 얼마나 움직였냐’가 중요합니다. 당일 수익률이 반영되면서 원금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누적 수익률이 예상과 달라질 수 있는 거죠. 이 말은 기초지수가 매일 오르고 내리는 경우 복리효과가 적용돼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 KOSPI가 그날 10%를 올랐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를 추종하는 2배 레버리지 ETF는 그날 20%의 수익을 얻겠죠. 그런데 다음날 다시 기초지수가 10% 하락했습니다. 이러면 KOSPI의 누적수익률은 0%입니다. 그런데 레버리지 ETF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20% 하락하면서 누적수익률이 -1.82%로 깎입니다. 이렇게 10%씩 오르고 내리고를 5번만 반복하면 KOSPI200의 누적수익률은 0%, 그대로지만 레버리지ETF는 원금에서 8.77% 손실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장이 횡보해 기초지수에는 큰 변화가 없어도 레버리지 상품에는 매우 큰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2배 레버리지가 아닌 3배 레버리지의 경우 수익률에 따른 하락 폭이 더 클 거고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기초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걸 고려하면 리스크가 매우 큰 상품임이 분명합니다. 또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할 경우 ‘환율’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환 헤지(hedge)가 되지 않은 레버리지 ETF는 환율 변동에도 2~3배로 노출됩니다. ‘Kodex 미국나스닥100 레버리지(합성 H)’,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처럼 ETF 상품 명 뒤에 ‘H’라고 써진 상품이 환 헤지가 된 상품들입니다.
■파생상품·리밸런싱·보수율 등 고비용 “투자 신중해야”
레버리지ETF에 처음 투자하고 싶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 갈무리.
또 앞서 레버리지 ETF의 구성원리에서 선물 등 파생상품을 이용한다고 했는데요. 이 때문에 현물과 선물이 다르게 움직이면 그 차이로 인해 당일에도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물 주식이 오늘 상승했음에도 그 상승 폭보다 선물의 하락이 크다면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전일 오후 3시 30분에 ETF가 종가를 형성한 후에도 3시 45분까지 거래가 지속되는 선물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실제 ETF의 가치는 하락했음에도 종가 가격에 반영이 되지 않는데요. 이러면 다음 날 지수가 올라도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는 거죠.
더구나 자산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도 신경 써야 합니다.
계속해서 2배, 3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구조를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오늘 번 수익금에 대해서도 레버리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죠. 또 주가가 떨어졌다면 그 규모를 고려해 주식편입비를 원본의 2~3배가 되도록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지수 변동폭이 클수록 추가 매수, 매도해야 하는 비중이 많다는 건데 이러면 매일 주가 변동에 따라 비중을 조정해 줘야 해 거래비용이 많이 생깁니다. 또 레버리지 ETF는 상대적으로 보수율이 높은 편입니다. 또 단기투자에 활용되는 경우가 잦아 위탁매매수수료 비용이 커질 수 있죠.
따라서 레버리지 ETF는 거래 비용이 높고 손실 시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투자 시 상당히 주의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시장전망에 자신이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하고 지속 성장하는 산업에 레버리지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박스권 등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의 늪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만약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이용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교육을 이수받으면 이수번호와 수료증을 받게 되는데요. 이를 증권사 MTS에 등록하면 됩니다. 또 기본 예탁금도 예치해야 하는데 최초에는 1000만원을 거래 증권사에 예탁하고 채무 불이행 등 불공정거래 이력이 있는 투자자는 1500~3000만원을 맡겨야 합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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