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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인사평가 몰래 훔쳐보다 해고당한 직원..법원은 회사 대신 직원 손 들어줬다

동료 인사평가 몰래 훔쳐보다 해고당한 직원..법원은 회사 대신 직원 손 들어줬다
자료사진. pixabay

[파이낸셜뉴스] 동료 직원들의 인사평가 점수를 몰래 열람하고 유출해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직원의 사건을 두고,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시스템 자체가 동료 직원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노출돼있는 등 허술하게 설계됐다는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경기아트센터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2019년 인사평가 항목 중 하나인 '직원 간 다면평가 조사' 용역을 B사에 위탁했다. 해당 업체는 2020년 1월 경기아트센터 직원 78명에게 본인의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해당 인터넷 주소는 직원 개개인에게 1번부터 78번까지 숫자를 부여한 뒤 인터넷 주소 끝에 각자가 받은 번호를 입력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송신된 링크 끝자리에서 마지막 두자리 숫자만 다르게 입력하면 동료 직원들의 평가 결과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해당 회사는 이 방식을 도입하기 이전 '연도+무작위 문자 7자리' 형태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인터넷 주소에서 끝자리 숫자별로 직원들을 구성한 것을 파악한 뒤, 직원 51명의 다면평가 결과를 무단으로 열람했다. 이후 이 자료가 표시된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해 저장한 뒤, 2020년 3월 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회사는 A씨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A씨는 2021년 12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역시 같은 형량을 선고해, 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진행중이다.

경기아트센터 감사팀은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A씨에 대해 △권한 없이 다면평가 결과 무단 열람 △직무상 의무위반 및 타인의 업무권한 침범 △유출사건 자진신고 지시 위반 등을 이유로 해고 처리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위원회는 징계가 과도하다며 A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경기아트센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경기아트센터는 A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합당하며, 다면평가자료를 임의로 유출한 행위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인용한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해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면평가 결과가 노출된 근본적인 이유는 허술한 보안방식이며 A씨의 비위행위는 해고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A씨가 보안상 허점을 이용해 다면평가 정보를 저장했지만 보안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침입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A씨의 비위행위가 가볍지 않지만 연속 숫자번호 방식으로 특별한 노력 없이도 다수의 사람이 다면평가 결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모든 책임을 A씨에게만 돌리기는 어렵다. A씨는 다면평가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이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다수에게 유포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다른 직원의 다면평가 결과 열람 페이지에 접속해 해당 정보를 저장한 것은 부정한 방법이다.
하지만, 다면평가 정보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과 자진신고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A씨의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해고될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라고 부연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