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불법 채굴 단속, 산업 고급화 추진"
- APEC 앞두고 유리한 고지 점령 속내 해석도
희토류. 사진=연합뉴스TV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정부가 희토류에 대해 “전략적 광물 자원”이라며 “불법 채굴을 엄격히 단속하고 희토류 산업의 고급화, 지능화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에 ‘훈풍’이 돌고 있는 시점에 ‘전략적 무기’인 희토류를 다시 언급한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전날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희토류 산업의 고품질 발전에 관한 연구를 추진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희토류 자원의 탐사, 개발, 이용, 표준화 관리를 조정하고 생산, 교육, 연구, 활용을 적극적으로 촉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차세대의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광산·제련 기술의 연구를 적극 개발하고 고급 희토류 신소재 연구 및 산업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또 “불법 채굴, 생태 훼손은 엄격히 단속하며 희토류 산업 발전을 고급, 지능, 친환경 방식으로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희토류를 국제 관계에서 무기로 활용해왔다. 미국이 ‘칩4동맹’을 결성한데 이어 반도체·생산설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자 희토류의 정제·가공·이용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시킨 행정 명령 수정안을 공개하며 대응했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일본과 갈등을 벌였을 때도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했었다.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국이자 생산·가공국인 중국은 최근 수출은 줄이고 수입은 늘리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9월 통계를 보면 희토류 수출(누적)은 전년 동기대비 23.7% 감소한 반면 수입은 49% 증가했다. 또 2022년 중국의 희토류 수입량은 12만1500여t으로, 같은 기간 수출량은 4만8700t의 약 2.5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희토류는 8만3800t으로 전체 수입량의 69%를 차지한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은 전했다.
희토류 재고량을 늘리는 것은 미중 반도체 전쟁 격화를 대비해 희토류라는 무기를 확대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미중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하며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 와중에도 인공지능(AI)용 등 첨단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리 총리가 희토류를 재차 거론한 것은 미국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이면서 오는 11~17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가능하다.
미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의 크로스토퍼 탕 교수는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희토류 원소는 스마트폰, 레이더 및 미사일을 포함한 첨단 장치의 부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희토류의 제한된 공급은 미국에서 전자 제품과 반도체의 생산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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