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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기 회복’ 반등 절실한데 정부 숙원 ‘재정준칙’ 병행 고심 [내년 예산 놓고 긴장감]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 2.8% 그쳐
예결위서 ‘정부 재정 기조’ 도마에
"건전재정, 성장 위한 지출 억눌러"

현 정부의 숙원과제로 떠오른 '재정준칙'이 내년 성장률 반등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축에 가까울 정도로 엄격한 '건전재정'이 오히려 성장을 위한 지출을 억누를 것으로 지적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예산은 2년 연속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정부가 밝힌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은 물가인상률을 밑도는 2.8%다. 2005년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6일 이어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정책질의에서도 정부의 재정 기조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가져가더라도 재정만큼은 확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지난달 1조위안(약 184조원) 규모의 국채를 4·4분기에 추가 발행한다고 밝혔다. 급증한 지방정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2분기에 걸쳐 91조원씩을 이전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1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동결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그간 집중해온 인플레이션 문제보다 현재 직면한 유럽 경제의 침체가 위기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아직 경기로 '턴'하기에는 물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다. 지난 2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며 긴축재정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모든 부처가 물가안정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며 물가 전담반(TF)을 출범시켰다. 정부가 품목별로 물가안정에 개입하는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이후 11년 만이다.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예산의 재정적자는 3% 이내로 제한된다. 이전처럼 적자국채를 발행해 시장에 자금을 쏟아붓는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8.7%에 육박했던 지난 정부의 확장재정을 앞으로는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에서 2022년 49.4%로 치솟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며 "재정적으로도 건전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 감소로 복지 등 고정지출은 늘어나고 세입은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이 경기부양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경기반등을 위한 중장기 투자에는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과도하게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R&D분야 등 미래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