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BUSAN)".
드미트리 케르켄테즈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부산'을 호명했다. 정적이 감돌던 '팔레스 데 콩그레스 드 파리'에서는 일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숨 죽이며 결과를 기다리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아이처럼 껑충껑충 뛰었다. 두 사람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현장에 있던 일부 한국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1차 투표의 열세를 딛고 거둔 대역전극이라 그 감격은 더했다. 예상 밖의 고배를 마신 사우디아라비아 유치단은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동안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의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현장을 가상으로 그려봤다. 만약 가상이 현실이 된다면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에 버금가는 국가적 대경사다. 개최지 발표는 한국시간으로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이에 나온다. 5년을 준비해온 정부와 민간의 유치 노력이 22일 뒤에 결판 나는 셈이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해 윤석열 정부에서 매조지하는 범국가 프로젝트다. 정권을 초월해 국격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부산엑스포유치위 고위 관계자는 "부산엑스포 유치는 명실공히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은 1993년과 2012년에도 대전과 여수에서 엑스포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부산엑스포에 이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BIE는 엑스포의 격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대전과 여수 엑스포는 인정엑스포인 반면, 부산엑스포는 등록엑스포다. 등록엑스포가 올림픽이라면, 인정엑스포는 아시안게임이다. 주제, 규모, 기간 등 모든 면에서 격차가 크다.
등록엑스포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다. 근현대 세계사를 관통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었던 나라들이 전성기마다 박람회를 개최했다. 경제올림픽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위는 엑스포 기간 348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했다. 2400만명으로 추산되는 2025년 오사카 박람회보다 1000만명을 웃돈다. 6개월의 박람회 기간을 고려하면 한달에 6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것이다. 생산유발효과(43조원)와 고용창출효과(50만명)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개최 가능성은 현재 30%가량이다. 아직도 사우디에 뒤져 있다. 우리는 사우디와 이탈리아가 경합하는 1차 투표를 일단 넘기는 게 목표다. 이탈리아가 탈락한 2차 투표에 가면 개최 가능성은 50%로 올라간다는 게 유치위의 예상이다. 쉽지 않은 승부다.
한국은 언더독이다. 이를 인정하고 끝까지 한 표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월드컵 못지않은 국민들의 마지막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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