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뉴스1
[파이낸셜뉴스] 난치성 질환인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렸다.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연세대 생화학과 박현우 교수 연구팀은 3년간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세포가 'BCR-ABL1 표적항암제'를 통해 약물 내성을 획득하는 신규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찾은 것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원인 유전자는 9번과 21번 염색체의 전좌로 생겨난 BCR-ABL1 유전자로 그 악성도에 따라 만성기와 급성기로 구분된다. 2001년에 미국 FDA 승인을 받은 1세대 BCR-ABL1 표적항암제 이매티닙(글리벡)은 지속해서 투약할 경우 일부 환자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급성기 진행 및 약물 내성 획득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닐로티닙, 라도티닙, 다사티닙, 포나티닙, 애시미닙 등 2세대, 3세대, 4세대 표적항암제까지 개발됐지만, 여전히 급성기로 진행되거나 약물 내성이 생겨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해 급성기로 진행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세포 증식이 급성골수성백혈병과 유사한 특징에 착안해, 이를 토대로 FLT3와 같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대표적인 원인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급성기 단계 환자 검체는 수집이 어려워 이를 활용한 연구는 극히 힘들지만,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가 만성기 및 급성기 진행시 수집한 인체유래물 검체와 임상정보를 활용해 차별화된 특성을 가진 코호트를 선별해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만성기와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FLT3 세포막 수용체 발현양을 비교해 본 결과, 만성기에서는 전혀 발현하지 않았던 FLT3 세포막 수용체가 급성기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증가해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최근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한 FLT3 저해제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약물 내성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초로 파악했다.
연구팀은 혈액암 환자 검체 및 동물실험을 통해 새롭게 고안된 복합 항암요법인 BCR-ABL1 억제제와 FLT3 억제제를 병용해 사용하면 혈액암 세포의 약물 민감성이 증가해 현재 알려진 모든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의 약물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만성기에 FLT3 저해제를 사용하면 앞으로 나타날 약물 내성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음도 확인했다.
아울러 3세대 BCR-ABL1 저해제인 포나티닙이 BCR-ABL1 뿐만 아니라 FLT3를 동시에 공략하는 화합물임에 주목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BCR-ABL1 저해제 이매티닙, 라도티닙, 닐로티닙, 다사티닙과 FLT3 억제제의 병용요법을 통한 약물 내성 억제 효과가 포나티닙의 경우 단일 투여만으로도 동일한 효능이 발휘됐다.
결과적으로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약물로 사용되는 포나티닙이 FLT3에 의해 유발되는 표적항암제 내성도 극복함으로써 이를 치료 또는 예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음도 최초로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FLT3 억제제로 개발 중인 신약들도 BCR-ABL1 억제제의 약물 내성 억제 효능을 함께 시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이 분야 연구의 새로운 전환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국내외 특허출원·등록, 기술이전 등의 중개연구 및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약물 내성 억제를 위한 FLT3-TAZ 신호전달체계 제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예후가 나쁜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FLT3를 통한 새로운 항암 치료 및 진단 전략을 세계 최초로 정립한 것”이라며 “앞으로 FLT3의 유전자 및 단백질 서열을 활용한 신규 바이오 진단 마커 및 차세대 혈액암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라고 전했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김동욱 교수는 “항암제를 일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 중 항암제 내성이 생기거나 급격히 급성기로 전환되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연구로 내성 예방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돼 백혈병 ‘완치’의 길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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