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루스벨트 이후 최초
'금융사기 의혹'에 일부 인정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8월에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범인 식별 사진(머그샷)을 찍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민사 재판 증언대에 섰다. 이 역시 미 역대 대통령 역사상 108년 만에 처음이다.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미 뉴욕의 맨해튼지방법원에 열린 금융사기 의혹 관련 민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약 4시간 동안 질문에 답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 등이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산 가치를 약 22억달러(약 2조8692억원) 부풀려 보고했다며 트럼프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주 검찰은 피고측이 2억5000만달러(약 3260억원)의 부당이익금을 반환하는 한편 트럼프와 그의 장남이 뉴욕에서 영구적으로 사업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선거 개입 등 이미 트럼프가 기소된 4개의 형사 재판과 별도로 진행되는 소송이다.
미국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민사 소송에서 증언에 나선 것은 26대 대통령(1901~1909년)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루스벨트는 퇴임 후인 1913년과 1915년 민사 소송에 휘말려 직접 증언에 나섰다.
트럼프는 법원에서 자산가치 조작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했다. 그는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에 직접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한 일은 회계사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것을 주도록 사람들에게 말하고 승인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 또 맨해튼 북쪽에 있는 대규모 부동산 '세븐 스프링스'에 대해서는 기존에 평가된 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며 재무제표상 가치를 다시 낮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일정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재무제표에 면책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며 재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동시에 뉴욕주 검찰과 판사를 공격하며 정치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향해 "이것은 정치적 마녀사냥이고, 그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재판이 끝난 후에는 자신이 창설한 SNS인 트루스소셜에 "정치적 상대인 삐뚤어진 조 바이든(미 대통령)이 칭찬하는 맨해튼 법원에서 하루 종일을 보냈다"고 적은 뒤 이번 소송이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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