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관리만으로는 한계 분명
물가 자극하는 포퓰리즘 자제해야
최근 물가 상승에 정부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밀착관리를 추진한다. 7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주춤하는가 싶었던 고물가가 사방으로 확산되면서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가 1년 새 최고 37%나 껑충 뛰어올랐다.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4개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5%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햄과 케첩이 36~37%, 간장·참기름 가격도 25~29% 급등했다. 밥상을 차리기 위해 장 보러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생수, 우유, 설탕 등 필수식품은 15%가량 올랐다고 한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콜라, 소시지, 맛살 등 주로 기호식품이었다. 가격상승세는 최근 들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32개 다소비 가공식품 가운데 전달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도 20개나 됐다.
물가가 들썩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지만 고물가 추세는 이제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 우리 물가상승률 전망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최근 전망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 전 제시했던 수치보다 0.2%p 높은 2.4%다. 노무라가 1.7%에서 2.3%로, HSBC가 2.1%에서 2.5%로 올렸다. 앞서 한국은행은 내년 전망치를 2.4%로 내다봤지만 더 높일 수도 있다. 한은은 최근 물가 상방 리스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수준 수렴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가를 요동치게 하는 대내외 변수는 줄을 잇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산업의 반등으로 경기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이미 국내 금리도 크게 올랐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 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다른 기관들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선심정책들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돈을 풀어 내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묻지마 비전'이 사례다. 저금리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봇물처럼 풀려나온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 판도라 상자가 열렸는데 이 대표는 딴 세상에서 살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부랴부랴 태스크포스를 꾸려 물가관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 라면, 빵, 과자 등 7개 주요 품목 담당자를 지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발표 후에 나온 조치 중 하나다. 방문규 산업통상부 장관은 7일 이마트 등 주요 유통사와 제조업계 간담회를 갖고 물가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화답해야 한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아 물가는 앞으로도 요동칠 것이다. 정부의 물가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인하를 강제하는 과도한 시장개입도 금물이다.
정부는 단기 대응책만이 아니라 고환율·고금리·고물가를 이겨낼 경제체질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저효율·고비용의 사회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원칙도 무시하고 돈 뿌릴 궁리나 하는 정치권도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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