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업들이 감원 칼을 다시 꺼내든 가운데 사모펀드 칼라일도 감원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달 10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알링턴하이츠의 한 소매점 앞에 구인광고판이 붙어 있다. AP연합
미국 기업들의 감원 흐름이 심상치 않다.
씨티그룹이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지 하루 만인 7일(현지시간) 이번에는 감원 한파와 거리를 두어 왔던 사모펀드에서도 감원 얘기가 나왔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 충격으로 미 경제가 서서히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경기둔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다시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인원감축 고삐 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사모펀드 칼라일이 저조한 자본조달 흐름 속에 인원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칼라일 최고경영자(CEO) 하비 슈워츠는 이날 애널리스트들과 실적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칼라일의 비용 절감을 위해 "할 일이 많다"면서 인원 감축이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욕과 워싱턴DC에 본사가 있는 칼라일은 이날 3·4분기 실적 발표에서 슈워츠의 표현대로 '실망스러운' 실적과 자본조달 성적을 드러냈다.
비용지출 감축, 성역 없어
칼라일은 9월 미 소비자·미디어·소매투자그룹을 폐쇄하고 일부 투자인력을 내보냈다.
소식통에 따르면 칼라일은 그 뒤에도 자본조달 부문을 포함해 미 인수투자팀 전반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력 감축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로도 확대됐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칼라일은 사모펀드라는 특성상 전체 비용지출의 약 85%가 임금이다. 감원을 통해 연간 기준으로 4000만달러 비용이 절약됐다고 칼라일은 밝혔다.
존 레뎃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모든 단위 지출이 검토 대상"이라면서 "(불가침의)비용지출 성역 같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못박았다.
자본조달, 기대 이하
칼라일은 기대 이상의 분기실적을 공개했지만 이는 주로 감원을 통한 비용절감을 통해 이뤄졌다.
금리 인상 속에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기업인수를 위한 자본 조달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지난 2월 CEO로 취임한 슈워츠는 올해 자본조달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3·4분기 자본조달 규모는 63억달러로 2·4분기 조달 규모에 비해 11% 급감했다.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4000억달러(약 524조원)에 이르는 칼라일은 올 3·4분기 대부분 주요 사모펀드를 폐쇄했다. 이들 사모펀드는 자산 규모가 모두 148억달러에 이른다.
사모펀드 폐쇄로 칼라일이 현재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이규성 전 CEO가 지난해 갑작스레 사임하기 전 운용했던 사모펀드 규모보다 20% 줄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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