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기준 미달로 제외
韓경제 긍정 신호로만 볼 수 없어
수출 늘어나면 다시 지정 가능성
투명성 인정에 외환시장 안정 기대
한국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꼬리표를 뗐다. 외환정책의 신뢰도 상승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운신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고금리 지속, 중동사태 등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에 대처할 정책 선택폭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관찰대상국 제외는 올 상반기 반도체 등 수출부진에 따른 대미흑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수출비중이 큰 한국 경제구조에선 긍정적 신호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정 제외 또한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한국, 스위스를 제외하고 베트남을 새로 포함하는 '2023년 하반기 환율 보고서'를 발표했다. 6개 관찰대상국가는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이다.
우리나라가 환율 관련 미국 재무부 관찰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2016년 2월 미국 교역촉진법이 발효된 뒤 처음이다.
미국은 교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 교역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혹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기준은 상품과 서비스 등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이다. 세 가지 모두이면 심층분석 대상, 두 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 380억달러 한가지에만 해당돼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정기준에 포함되면서 계속 관찰대상국에 포함돼 왔다.
정부와 한은에서는 올 상반기 미국의 환율 보고서가 나왔을 때 하반기께 제외될 가능성을 예견했다. 주력 수출품목이 반도체 업황부진에 따른 수출불황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는 경상수지 흑자 축소로 연결됐고, 이는 환율 관찰대상국 꼬리표를 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 미국 재무부의 이날 보고서에는 평가기간(2022년 7월~2023년 6월)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0.5%라고 돼 있다. 해당 기준 충족요건인 '3% 이상'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021년 4.7%에서 지난해 1.8%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경상수지는 1~2월 적자를 보인 후 3월 흑자로 돌아섰다가 4월 다시 적자를 보였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는 5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회복세가 지속되면 한국이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5.1% 늘어나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도 1년 전 대비 3.1% 감소했지만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출감소세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대상국 지정에서 제외돼도 직접적 이익이나 혜택은 없다"며 "다만 외환시장 운용방식과 통계투명성에 대해서는 인정받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는 '달러 순매수'가 과도할 때 외환시장 개입으로 평가한다. 이번 평가기간에는 순매도가 이뤄져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한국 기업 진출이 많은 베트남이 관찰대상국에 다시 포함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트남은 2020년 12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 2021년 6월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완화됐고, 2022년 12월 관찰대상국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리스트에 포함됐다.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비중은 최대 35%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체들의 기여도는 25%에 달한다.
환율조작국 지정 전례로 베트남 외환당국은 환율정책 운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베트남 통화가치 절상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제품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한국계 기업의 해외수출 등이 둔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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