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10년째 익명기부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 감동

울산 북구 효문동행정복지센터에 2000만원 기부하고 사라져
지난 2013년부터 매년 1000만원 이상 기부
울산에 처음 와서 자리잡은 효문동 못 잊어
"기부 많이 하니 돈도 더 잘 벌이는 것 같다"

10년째 익명기부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 감동
울산 북구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고물가에 팍팍해진 현재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10년 째 이어지고 있는 얼굴없는 천사의 진심어린 이웃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네요."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울산 북구 효문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11월이면 익명으로 기부금을 전달해 온 남성이 올해도 성금을 전달해 왔다고 9일 밝혔다.

효문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행정복지센터로 찾아 왔다. 이 남성은 복지 담당자를 찾아 잠시 밖으로 나와 보라고 했다.

복지 담당자는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라고 생각하고 내부 상담실로 그를 안내했지만 남성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복지 담당자와 밖으로 나온 남성은 머뭇머뭇하더니 "해마다 11월이면 오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수표 1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올해는 벌이가 더 괜찮아져서 작년보다 금액이 좀 늘었다"고 했다.

현금을 찾아오려 했지만 은행에 사람도 많고 해서 가볍게 왔다며 내민 수표에는 2000만원이 적혀 있었다.

이 남성은 2013년부터 해마다 1000만원을 기부해 왔고, 2021년에는 1200만원을 기부했다.

복지 담당자는 바쁘다며 자리를 뜨려는 남성에게 급하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짧은 대답뿐이었다.

그는 "울산에 처음 와서 자리 잡은 곳이 효문동이고, 효문동이 좋다"라며 "돈은 이렇게 좋은 곳에 쓰니 더 잘 벌리는 것 같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필요한 곳에 잘 써 달라"고만 말했다.

담당자는 "세금 혜택을 받으시려면 인적사항이 필요하다"라고 했지만 그는 "필요하지 않다"라며 돌아섰다.

효문동은 해당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했으며, 효문동 지역 취약계층의 생계비와 의료비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효문동 행정복지센터 정미옥 동장은 "해마다 고액을 후원해 준 기부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라며 "기부자의 소중한 마음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