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설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파이낸셜뉴스]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과 관련해 학부모 10명 중 7명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교육부 설문조사가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설문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시민단체는 "교육부가 2028 대입의 향방을 확정 짓는 논의에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의지가 있는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48개 교육시민단체는 9일 오후 1시 광주 라마다플라자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학부모 정책 모니터링단 129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1.3%가 2028 대입 개편안에 대해 '긍적적' 또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028 대입 개편안은 내신 5등급제 개편과 수능 선택과목 폐지를 골자로 한다.
사걱세는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육부가 상대평가 확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절대평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고 꼬집었다.
사걱세에 따르면 교육부는 설문을 진행하면서 '2025년부터 고교 1학년에는 상대평가 방식이, 2학년과 3학년에는 절대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것으로 2021년에 예고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고교 1학년은 내신 경쟁이 심해지고, 2학년과 3학년은 성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고교 전 학년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결과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사걱세는 "국가 기관이 대입이라는 중차대한 정책을 설계하면서 특정 응답을 유도하는 문항을 구성해 조사하고 이를 국민의견 수렴 결과라고 소개한 것"이라며 "답은 정해져 있고 국민은 대답만 하라는 설문의 내용을 보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의 설문 문항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성적을 병기하는 체제가 마치 새로이 도입되는 것처럼 적시했으나 이는 엄연한 현실 왜곡"이라며 "이미 현재에도 1학년 공통과목과 2·3학년 일반선택과목의 경우 절대평가 성적과 상대평가 성적을 병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걱세는 절대평가 도입으로 발생하는 성적 부풀리기 문제가 근거 없는 우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발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절대평가의 성적 부풀리기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걱세는 "절대평가 과목에서 성적 부풀리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낭설을 상대평가 확대안의 근거로 대는 견강부회격의 퇴행안을 내놓다니 황당무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교육비 폭증세를 종식시키고 진정한 교육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 2028 대입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과도한 대입 경쟁 및 사교육 고통을 야기하는 고교내신과 수능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걱세는 지난달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선 고교 내신 전 과목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30.2%가 '매우 동의, 25.2%가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면 '별로 동의하지 않음'은 18.5%, '전혀 동의하지 않음은 16.6%로 나타났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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