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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월가 투자은행에 물었더니... 12곳 중 10곳 "美 금리인상 끝날것"

추가인상 없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어가며 '고금리 장기화'가 새 통화정책 기조로 자리잡는 가운데 투자은행 12곳 중 10곳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전망했다. 추가 금리인상 없이 상당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최근 미국 경제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뉴욕사무소가 12개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2곳 중 10곳은 최종정책금리 수준을 5.25~5.50%로 예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해 최종금리가 5.50~5.75%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IB는 2곳뿐이었다. 지난 10월에는 IB 3곳에서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연준 정책금리 전망을 살펴보면 올해 연말 정책금리는 5.35%로 나타났다. 내년 1월 5.36%로 소폭 높아지다가 3월 5.29%, 6월 5.01%로 하락한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금융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결정문에 경제활동, 고용 및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긴축적인 금융여건을 추가함에 따라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걸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FOMC에서 미국은 정책금리를 5.25~5.50%로 2회 연속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긴축기조 유지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금융여건의 긴축을 인정했다. 10년물 국채금리 등 장기금리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정책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10월 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93%로 한달 새 0.36%p 올랐다. 2년물 국채금리가 같은 기간 5.04%에서 5.09%로 0.05%p 오른 것에 비해 큰 폭 상승한 것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경제지표 호조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분쟁 중인 우방국가 지원에 따른 국채발행 증가 경계감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주춤한 만큼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 올릴 명분도 있다. 9월 중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4% 올라 7, 8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보였다.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4.2%,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0%로 전월(3.2%, 2.8%) 대비 모두 상승했다. 9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4%, 산업생산도 한달 전에 비해 0.3% 올라 전월 대비 증가폭이 커졌다.

이 때문에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과장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멘토이자 미국 경제계 거물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는 지난 6일 이 총재와 대담에서 "물가상승률 압력이 있고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한 점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를 한 차례 움직일(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긴축이 끝났다는 시장 기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미국과 같이 '동결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고 '상당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올라 긴축 필요성이 커졌지만 연간 1.4%가 예상되는 저성장, 1087조원에 육박하는 은행 가계대출 등을 고려할 때 동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인상 시 경기가 더 위축되고 차주들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쇄부실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