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금감원 방문은 12년만
불법사례 일일이 꼽으며 대책 주문
금융위 서민금융 방안 내달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첫번째)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 첫번째), 불법사금융 피해자 및 피해자 상담인력 및 경찰청 수사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금융감독원을 직접 찾아 "불법사금융을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저신용자의 급전 창구였던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범죄에 노출되는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저신용자를 받아주지 않고 저축은행마저 대출을 줄여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몰렸지만 이마저도 평균금리가 최고 연 15%를 넘어섰다. 합법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 시장은 1위 업체마저 철수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처럼 서민금융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되자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업체들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불법사금융에 대한 '강력 대응'을 주문하면서 금감원을 비롯해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경찰청 등 관련기관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이와 관련해 서민금융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내달 발표할 방침이다.
■대출 문턱 높인 금융권에 서민 한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최근 온라인을 통한 불법사금융이 확산하는 등 그 수법이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1년 5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대통령이 불법사금융 민생 현장 간담회를 '장관급'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가 아닌 금감원에서 진행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청소년들에게 팬카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대리입금이라며 10만원이란 소액을 빌려준 뒤 갖은 명목으로 연 5000% 이상의 높은 이자를 요구한 일, 옷가게를 운영하던 30대 여성에게 지인의 연락처를 담보로 100만원을 빌려주고 연 5200%의 금리를 요구하며 성착취한 일 등 관련 사례를 상세히 언급했다.
실제로 취약계층의 급전 창구는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문턱이 높아 갈 수 없는 저신용자가 카드론으로 몰렸다가 금리가 높아지자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2.45~15.38%로 나타났다. 카드론이 막히자 단기대출인 리볼빙(카드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나중에 갚는 방식의 대출)에 눈을 돌리지만 리볼빙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상태다. 서민들의 마지막 급전 창구인 대부업권마저 대출을 옥죄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20%)에 조달금리와 대손비용 상승 등으로 대부업체들은 개점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서민금융 통로 넓어지나
윤 대통령이 직접 금감원을 찾아 불법사금융 대응을 주문한 만큼 관련 정부부처들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 환수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 피해자 구제방안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당국 역시 내달 발표할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에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를 넓혀줄 방침이다.
mj@fnnews.com 박문수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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