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100년간 국가 소유의 향교부지에 대해 변상금 등을 부과한 적이 없다면 해당 토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정선향교의 모습.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가 땅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강원도 향교재단에게 변상금을 부과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0년 간 부지 사용에도 그간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면 토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재단법인 강원도향교재단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강원도향교재단은 강원도 내의 문묘를 유지하고 교육 및 교화 사업을 경영하며 유도(儒道)의 진흥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향교재산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이다. 이 재단은 향교재산법에 따라 대성전 등을 포함한 삼척향교를 소유·관리·운용해 왔는데, 다만 삼척항교 부지는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갑작스럽게 재단에 대해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 무단 점유·사용을 이유로 국유재산법 제72조에 따라 약 6000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한 재단은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삼척향교 부지에 대한 재단의 점유권원이 존재하지 않고 공사가 재단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삼척향교는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수백년 간 현재 장소에 있어 국가는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미 이 부지·사용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삼척향교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있었다. 이 토지에 대한 점유는 대한민국의 건국보다 먼저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수백 년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며 "이미 향교 단체에 토지의 점유·사용을 허용·승인함으로써 재단에 토지의 점유·사용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국가는 삼척향교 부지에 관하여 약 100년 동안 사용료·대부료나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으므로, 삼척향교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그 부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므로, 국유재산법의 변상금 부과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원고에게 이뤄진 변상금 부과처분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국유재산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교재산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삼척향교를 소유·관리·운용하는 재단에게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라며 "향교의 유지·보존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행위는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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