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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언급한 이-하마스 전쟁 이후의 팔레스타인 통합 실현가능성은?

블링컨 장관, 전쟁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정부 '통합' 언급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하나의 정치체 통일은 여러 문제해결 도움될 가능성
팔레스타인 주민 의견 수렴...지향점 찾는 것이 우선, 전쟁 중단 이뤄져야

[파이낸셜뉴스]
블링컨 언급한 이-하마스 전쟁 이후의 팔레스타인 통합 실현가능성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래 '통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자지구 안보를 무기한 책임지겠다며 군대 장기 주둔을 시사한 이스라엘에 ‘두 국가 해법’ 원칙을 재확인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회의론이 제기된다.

■전후 가자지구 지속적인 평화 달성 해법은?

블링컨 장관은 8일 밤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는 하마스에 의해 운영돼선 안 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거버넌스(통치체제)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가자지구 통치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열망이 반영돼야 한다”며 “여기엔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정부, 자치정부 산하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통일된 가자지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에 적대행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인 평화'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사실상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자치정부가 통치권을 갖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정치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주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자국이 "무기한" 가자지구의 치안을 통제할 것이라고 시사한 후 백악관 대변인이 이스라엘이 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를 재점령하지 말라고 경고한 발언 이후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 지역의 장기 목표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의 재건을 위한 지속적인 메커니즘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동등한 안보, 자유, 기회,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자국의 국가에서 나란히 살 수 있는 길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현재나 전쟁 후에 강제 이주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가자지구 영토의 규모를 축소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엘리 코헨(Eli Cohen)은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면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블링컨 장관의 비전은 이스라엘 현 정부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하마스와 다를 바 없다고 욕하는 우익 강경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블링컨 언급한 이-하마스 전쟁 이후의 팔레스타인 통합 실현가능성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당장 휴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팔레스타인기와 피켓을 든 채 도심을 행진했다. 사진=연합뉴스
■전후 팔레스타인 하나의 정치체 긍정적, 다만 PA 주민의견 수렴 우선... 전쟁부터 중단해야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블링컨이 언급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의 모습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의한 가자지구과 서안지구의 통일(unified)이라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두 개가 아닌 하나의 정치체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을 전체를 통치하는 것은 여러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서안지구를 통치한 PA는 두 국가해법에서의 입장이 달랐기에 근본적인 해법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며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정치체가 2개이다 보니 대외적 대표성 측면에서도 단점도 많았다는 점에서 통일된 지역과 하나의 정치체는 외교적, 전략적, 정치적 측면에서 유리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그렇지만 이러한 모습이 근본적인 해법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현가능성도 높지 않을 수 있다"며 "그 기제엔 외부에서 군사적으로 가자지구 통치세력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한 것이라는 상황규정이 있으며 국제정치가 (팔레스타인 내) 국내정치를 변경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가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팔레스타인 국가가 아니기에 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가자기구의 경우라도 이러한 리스크는 마찬가지이며, 역사적으로도 레짐 체인지가 성공할 사례를 찾아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의 모습을 미국, 이스라엘 등 외부행위자가 제시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 도래되더라도 팔레스타인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이 지향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부터 중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