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어야 할 산은 수두룩..캐나다, 멕시코, 일본, 대만 등은 걸림돌
- 오는 15일 정상회담에서 美와 관계 회복되면 긍정적 기대할 수도 있을 듯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호주와 관계 회복 수순에 들어가면서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 CPTPP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다른 기존 회원국이 반대할 여지는 남아 있는 데다, CPTPP 개방 수준 자체가 중국이 감내하기 힘든 만큼 높기 때문이다.
12일 중국 외교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호주와 함께 더 많은 3자와 다자 협력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서 사실상 중국의 CPTPP 가입에 호주가 지지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앨버니지 총리 역시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CPTPP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확인했다.
호주가 중국의 CPTPP 가입을 지지할지 여부는 현재 미지수다. 다만 호주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장벽이 완전히 해소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
중국은 호주의 반중국 정책에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법으로 맞불을 놓으며 보복했었다. 이후 상당 부분의 관세가 풀렸지만 예전으로 완전하게 돌아가진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외교는 상호주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주가 중국의 CPTPP 가입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 대가로 중국은 호주에게 관세 철폐 혹은 무역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넘어서야 할 산은 수두룩하다. CPTPP에 들어가려면 기존 12개 가입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호주 외에 일본, 캐나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영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우선 캐나다와 멕시코가 걸림돌이다. 이들 국가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994년 발효됐던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개국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24년 만인 2018년 재협상해 USMCA로 바꿨다.
그러면서 USMCA 32조 10항에 ‘비시장경제 국가 조항’을 신설했다. 어느 당사국이 비시장경제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비시장경제국은 ‘중국’을 지칭한다.
만약 캐나다나 멕시코가 중국과 어떤 형태의 FTA를 체결할 경우 미국은 USMCA를 파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각각 76%, 83%로 알려져 있어 USMCA 취소는 막대한 타격이 된다.
즉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려는 목적이 USMCA 신설 조항이다. CPTPP는 2018년 12월 발효됐는데, 미국은 이보다 3개월 전에 USMCA 합의를 마무리했다.
바꿔 말하면 미국이 CPTPP 이전 버전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2017년 탈퇴하면서 향후 중국 위주로 CPTPP 경제 동맹이 돌아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셈이 된다.
여기다 캐나다는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양국은 캐나다가 2018년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캐나다인 2명을 잇따라 구금해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또 캐나다는 지난달 말 “보안상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소유 기기에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사용을 금지했다.
이어 캐나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가 캐나다 총리와 야당 대표를 포함한 하원의원 수십 명을 겨냥해 온라인에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정치 개입 공작을 벌였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29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캐나다 헬리콥터가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지난 7일 발표한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의 수출입상품 주요 국가(지역) 총액표를 보면 올해 10월까지 캐나다와 교역은 725억5400만달러에 불과했다. 1899억달러의 호주와 비교된다.
일본도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명분으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으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대만도 CPTPP 가입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
CPTPP 내용 자체도 중국에겐 장벽이다. △데이터 거래 활성화와 데이터 서버 현지 설치 △디지털 콘텐츠 관세 부과 금지 등 디지털 보호주의 경계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금지 등은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데이터를 핵심 국가 안보 중 하나로 규정했으며, 유튜브, 트위터 등 외국 콘텐츠 이용을 금지시키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 보조금은 자주 관세 분쟁 배경이 된다.
다만 오는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얻으면 캐나다, 멕시코, 일본 문제는 해결될 여지가 있다. 3개국 모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4억 인구 거대 내수시장도 중국이 갖고 있는 무기라는 게 중국 안팎의 진단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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