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채권시장의 현금흐름을 흡수하는 공기업들의 채권 발행 증가세가 빨라지면서 크레딧 시장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금리 부담과 기업들의 누적된 실적 악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이 맞물리는 점도 유동성을 마르게 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신용스프레드 확대 지속"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2024년 신용스프레드는 점진적인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시사한다.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겹쳐 채권시장의 변동성 및 불확실성이 커진 때문이다.
실제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일 기준 85.5bp(1bp=0.01%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10월 초 78.5bp였던 스프레드가 조금씩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채권 시장에서 기관들의 매수 여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채권가격이 더 떨어질 것(채권 금리 상승)을 시사했다.
소위 순공급(발행-잔고)는 최근 들어 증가세라고 언급하며 "채권의 발행 증가 속도가 기관들의 매수 여력 증가 속도보다 빠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기업-금융사 '매칭'...한계기업 채권 누가 받아주나
김 연구원은 "2020년 이후 에너지 및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채권발행 증가세가 빨라졌다"면서 한국전력공사, LH, 도로공사, 주택금융공사 위주의 채권 발행이라고 짚었다.
작년에 공기업 위주의 채권발행이 늘었다면 올해부터 은행채 발행이 늘어 자본시장 돈을 흡수하는 분위기다.
이들 공기업 채권과 은행채는 우량채권으로 분류되어 금융기관, 기관투자자의 돈을 흡수한다. 결국 민간 한계기업들의 조달은 더 마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자산관리공사와 부실 PF사업장 인수를 위한 민감금융사의 매칭형 펀드가 조성되면서 자본시장에서 한계기업 소외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계기업은 3903개로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소위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03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영업손실 및 이자부담에 대해 그간 완화적 금융환경하에서 주로 차입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앞으로도 이러한 한계 기업이 고금리가 계속되는 조달 환경을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를 보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내년 연초 효과 등으로 연중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누적된 기업실적 저하 △금리 상승 부담 △부동산 PF부담이 현실화하면서 (스프레드) 저점을 계속 높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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