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환경부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계속 허용하기로 하면서 '일회용품 감축 포기' 비판을 받고 있다. 자발적 참여를 통한 감축을 내세웠지만 기존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는 셈이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환경부가 산업계 편만 들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소상공인 단체는 환영입장을 낸 가운데 환경부는 규제 합리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회용품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지속될 전망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7일 세종시 정부종청사에서 소상공인을 고려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소상공인 영향에 플라스틱 빨대·종이컵 규제 철회
환경부는 지난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운영해 온 일회용 종이컵 사용 규제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사용 금지 조처의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은 지난해 11월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중 하나로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지금까지 식당 내에서 다회용컵 대신 종이컵을 사용하거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해도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환경부가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존 규제 철회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환경부는 종이컵 사용 금지 규제를 철회하는 대신 다회용컵 사용 권고와 재활용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매장에는 다회용컵, 식기세척기 등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는 연기됐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 측은 종이 빨대 같은 대체품을 사용했지만 음료 맛을 떨어뜨려 소비자 불편을 키웠다고 토로해 왔다. 이에 환경부는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전했다.
환경부의 발표 이후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환영 입장을 냈다. 소공연은 이날 입장문에서 “소상공인도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시점에서 일회용품 규제는 필요 기반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아 소상공인의 애로가 컸다”고 밝혔다.
10월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온 폐기물과 재활용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안 없는 규제 철회 비판 목소리 커
환경부의 발표 이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종이컵 사용량은 166억개이며, 소비량은 2024년까지 연평균 6% 성장이 전망된다.
그러나 대형커피전문점에서도 사용된 일회용 종이컵의 회수비율은 약 15%밖에 되지 않고, 제대로 된 회수 시스템이 없는 종이컵은 종이와 함께 섞여 들어가 재활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허용은 또 다른 폐기물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종이컵 내부는 플라스틱 코팅으로 되어 있어 종이컵 사용은 또 다른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도 연간 약 100억 개가 사용된다고 추정되고 있다. 빨대 계도기간 연장은 쓰레기 증가에 한 몫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환경부는 정책 후퇴가 아닌 규제합리화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용 제한 품목을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우산비닐 등으로 확대하고 계도기간을 운영해왔지만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규제를 합리화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종이컵 금지 대안으로 '분리배출을 통한 재활용률 제고'를 제시했다.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185㎖ 종이컵처럼 음료가 담기는 안쪽만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 컵은 코팅을 벗겨내고 종이 부분만 살려 재활용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 재활용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종이컵의 재활용율이 낮다는 점이다.
종이컵 재활용률은 환경부 추산으로도 13%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종이컵 사용규제를 철회했지만,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더 정교한 시스템 마련' 외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안 없는 규제 철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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