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 개입하며 총력 대응
품목별로 '물가책임관'도 운영
전문가 "소비 세제지원 등 필요"
정부가 빵과 우유를 비롯한 농식품 28개 품목의 물가를 매일 점검하기로 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부처별 물가안정책임관을 두고 물가대응체계 가동에 들어갔지만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가책임관은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범부처 특별 물가안정체계를 즉각 가동하겠다"는 언급 이후 나왔다. 이 같은 품목별 물가 전담마크에도 일부 소주, 맥주 가격은 지난 9일 인상됐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한다. 품목별 물가관리담당관을 선정했고 물가안정현장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범부처 물가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정부는 특히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등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확인하기로 했다.
정부 움직임이 이처럼 급박한 것은 "10월 이후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정부 예상과 달리 물가불안 조짐이 커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는 10월까지 3개월째 3%대다. 국내외 물가전망기관들의 전망치도 상승하고 있다.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8개 투자은행(IB)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한달 전 2.2%에서 최근 2.4%로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물가 전망치를 기존 대비 0.1%p 올린 2.6%로 상향조정했다.
원자재 값 상승에 곧바로 연결되는 식품물가 상승세는 가파르다. 10월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은 전년동기 대비 15.2%, 우유는 14.3% 각각 인상됐다. 빵(5.5%), 커피·차·코코아(9.9%)도 동반 상승했다.
서민체감물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시장개입까지 하면서 총력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에다 고물가까지 지속되면 내수악화로 경제 전반에 불안이 커질 수 있어서다.
물가전망이 줄줄이 상향되고 중동정세 불안에다 고금리 지속,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내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슈링크플레이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에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신조어다. 식품업계가 최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줄인 조미김, 과즙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춘 주스, 개수를 기존 대비 2개 줄인 냉동만두 제품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현장 중심의 물가대응과 별도로 세제를 바꿔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민체감물가 영향력이 큰 소주와 위스키에 기준판매율 도입을 통해서다. 기준판매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장 가격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 선례가 있어서다. 52개 품목을 정해 물가를 관리했던 과거 이명박 정부의 'MB물가지수'는 정책 시행 뒤 3년간 20.42%나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격 단속 외에 소비에 대한 세제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를 해주는 방식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