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강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경상도 한 대학에서 학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제가 교수인지 영업사원인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돌면서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 지방대 사회복지학과 A교수는 학생 입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교수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매년 교수 평가를 하는데, 학생 입학 인원수를 큰 가점을 두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A교수는 "가면 갈 수록 학생들을 모으기 어렵다"며 "고등학교에서 잡상인 취급을 받고 쫒겨날 때 '현타'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지방대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이 이어지고, 대학 입학정원이 유지된다면 2040년 절반 이상의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 부처 설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40 절반 이상 신입생 못 채워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에는 절반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과 같은 출생아 25만명과 대학입학정원 47만명이 유지된다는 가정에서다. 2046년 시·도별로 대학이 생존할 가능성은 전남 19.0%, 울산 20.0%, 경남 21.7%, 전북 30.0%, 부산 30.4% 등 50%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다. 양 교수는 "수도권 쏠림현상과 함께 지역 간 경제력 불균형이 점차 심화하고 지방대학 소멸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 지방대학 미충원율은 수도권의 두 배에 달해 2040년에는 지방대 60%가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방대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대학 공동화’ 현상은 서울 밖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정부가 지정한 2024년 부실대학은 경주대, 대구예술대를 비롯한 일반대 6개교, 웅지세무대를 포함한 전문대 5개교로 총 11개다. 11개 대학 중 7개가 지방대학이지만 수도권 대학도 4개나 된다. 2023년 정시 모집에서 지방대 86.8%는 ‘미달’로 분류하는 기준인 경쟁률 3대 1을 넘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에 의해 교원, 교지, 교사, 기본재산 등 최소 요건만 충족하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하면서 전국에 대학이 학원 늘어나듯 우후죽순 세워졌다. 그만큼 부실대학도 급증했다. 정권마다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번 정권 들어서 부실대학을 청산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법안들이 나왔다. 부실 위험이 높거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재산처분과 사업양도, 통폐합 방안이 담겼다. 지금은 사학재단이 대학 문을 닫으려 해도 폐교때 학교 재산이 모두 국고로 귀속되는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담 부처 설치해야"
보고서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국가 존폐의 위기 상황으로 판단해 전담 부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학 재정 투자를 늘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OECD 평균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규모를 1로 볼 때 한국은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0.9) 프랑스(1.2) 등 주요국보다 낮다.
양 교수는 "4년 단임 임기제를 바꿔 유능한 총장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방대들도 특성화, 구조조정, 책무 강화 등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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