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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 민주노총도 동참해야

대통령실 요청에 중단 6개월 만에
정부, 재계와 노동현안 풀어나가야

한국노총이 지난 13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지난 5월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현 정부와의 대화를 전면 중단한다고 한 지 6개월여 만이다.

복귀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노총은 '급격한 산업전환과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성장 쇼크의 장기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꼽았다. 경제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일부 조직은 그동안 복귀 요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교원 조직은 지난 11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불참하면서 집행부를 압박했는데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경사노위 산하에 구성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국노총이 복귀해야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노동계의 현안을 풀어가는 게 맞는다. 정부는 물론 노동계에도 도움이 된다. 소통할 기회가 없으면 갈등과 충돌만 격화될 뿐이다. 노동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과제인데, 노동계 입장을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전달하고 정부도 경청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단체지원금 중단,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의 조합비 세액공제 중단 등의 수단을 동원해 개혁을 추진해 왔다. 한국노총의 대화 복귀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총 입장에서도 정부에 할 말을 할 창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부로서도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협의를 통해 동의를 구하는 편이 노동계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

근로시간 개편을 포함, 노동 현안은 산적해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노동계가 요구하는 사안들도 여럿이다. 정부가 요구를 다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노동계로서는 노사정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서울지하철 파업에도 명분이 없다며 불참하는 등 민주노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온건한 노선을 유지해 왔다. 한국노총은 대화에 복귀하면서 다만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했고 대통령실도 동의했다. 한국노총은 가입률에서도 민주노총에 근소하게 앞서면서 제1노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 재계와의 대화 파트너로서 자격도 갖췄다.

문제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며 대화의 문을 스스로 닫았다. 정치적 파업을 일삼고 심지어 일부 간부들의 간첩활동 사실까지 드러난 민주노총은 정부로서도 대화하기가 껄끄러운 상대다. 그런 점에서 한국노총 대화 복귀 의미는 크다. 물론 민주노총도 동참 못할 이유는 없다.

정부의 노동개혁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멈춰서도 안 된다. 그래도 노동단체와 소통은 활발히 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의사를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견을 들어가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일방적인 개혁은 반발을 키울 수 있다. 동의를 얻지는 못해도 주장과 견해를 밝힐 기회를 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개혁은 차이가 있다. 한국노총도 대화에 복귀한 이상 명분이 있는 개혁에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