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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추락사 부른 '고데기 괴롭힘' 있었다...日유명 극단, 15일만에 책임 인정

여배우 추락사 부른 '고데기 괴롭힘' 있었다...日유명 극단, 15일만에 책임 인정
일본의 유명 '다카라즈카 극단' 소속 여배우 A씨가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왼쪽)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공연 중인 연극 ‘파가드(PAGAD)’의 포스터(오른쪽). 사진출처=일본 매체 '문춘주간', 극단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여성들로만 이뤄진 일본의 뮤지컬 극단인 ‘다카라즈카 극단’이 최근 소속 배우의 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 15일 만에 극단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인정했으나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BBC와 일본 문춘주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 고층건물 주차장에 A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가 다카라주카 극단 소속 배우인 것으로 밝혀졌다.

매체는 A씨가 사망 전날 연극 ‘파가드(PAGAD)’의 첫 무대에 올랐으며, 리허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배 배우들로부터 각종 폭언과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사망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 “정신적으로 괴롭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사망한 뒤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극단 내에서 겪어온 각종 문제들을 폭로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연습기간 동안 4명의 극단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너는 머리가 나빠” “아이디어가 없다” 등 언어적 폭력에 시달렸다. 또한 극단 선배는 앞머리 정리법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고데기로 이마와 얼굴에 화상을 입히는 등 신체적 가해도 일삼았다.

장시간 노동 문제도 지적됐다. 숨진 A씨는 공연 준비로 8월 중순부터 1개월 반 동안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 가량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에는 업무 시간이 하루 약 16시간에 달했다고 유족 측은 설명했다.

지난 14일 논란이 계속되자 극단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극단 측은 “고인이 한달에 118시간 이상의 시간외 노동에 시달렸으며, 그 와중에 선배들의 압박까지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배들의 압박이 사회통념에 비춰 허용되는 범위는 넘지 않았으며, 집단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데기로 위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고의성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같은 날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극단 측의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며 재검증을 요구한 것이다. 유족 측은 “(이번 조사 결과는) 선배가 후배를 꾸짖는 극단의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데기 위협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의성이 없어도 중과실은 명백하다”며 가해자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카라주카 극단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극단 중 하나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1913년 설립된 이 극단은 엄격한 위계 질서가 특징이다. 이 극단 소속 배우였던 히가시 고유키는 언론 인터뷰에서 “선배들에게서 무언가를 지적받으면 반론할 수 없었다”며 “반성문을 써 동기생 모두가 말할 수 있도록 외우고, 밤새 사과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극단 내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규칙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