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한국사회는 마약 중독을 '약쟁이'들의 의지박약 문제로 취급하는 시각이 많다. 이는 편견이다. 마약 중독은 엄연한 질병이다. 사람의 뇌를 갈아 끼우지 않는 이상 완치할 수 없다" 지난 2일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천영훈 원장은 매일 마약중독자들과 사투를 벌인다. 민간병원에 오는 마약환자중 60% 이상이 인천참사랑병원을 거친다고 한다.
천 원장은 최근 10~20대를 포함해 마약사범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8187명으로 지난해 검거 인원(1만8395명)에 육박했다. 이 추세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마약 사범 수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천 원장은 마약중독현상에 대해 개인 일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저 쾌락이 좋아서 시도해보고, 그 후로는 의지가 부족해서 끊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천 원장은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보기 전에 환자로서 접근하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약을 단 1회 투약하는 것만으로 뇌의 신경회로는 비정상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인간이 뇌 활동을 하면 뇌세포들이 나무뿌리처럼 뻗어있는 신경망을 타고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회로를 만든다. 이중 보상회로는 기쁘고 흥분됐을 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하는데, 마약은 이 보상회로를 다른 즐거움을 느꼈을 때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한다.
약으로 끌어올린 도파민 수치가 떨어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우울함이 몰려온다. 이미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보상회로를 경험했으므로 웬만한 즐거운 일에는 쾌락이나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보상회로를 만족시켜 줄 만큼의 자극을 찾아 또 약에 손 댄다. 더 강한 약을 찾아 쾌락을 느끼고, 더 큰 고통이 찾아와 다시 약을 찾는 과정이 반복된다.
중독자들이 마약에 빠지는 계기는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마약 사범 상당수가 가정 폭력과 사업 실패 등 사회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신적·물질적 빈곤이 마약 투약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 일탈로만 봐서는 재범까지 막을 수는 없다.
마약 중독은 중독자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인천참사랑병원이 중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정신 치료를 병행하는 이유다. 마약 사범에 대한 강한 처벌은 필수적이다 다만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마약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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