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랴

[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랴
노자의 도덕경에는 '동선시(動善時)'라는 말이 있다. '움직이되 때를 잘 맞춘다'는 의미로, 현재 사용되는 '타이밍을 잘 맞춘다'는 문장의 의미와 결을 같이한다. 결단을 내릴 때 동선시, 즉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 세계 크고 작은 역사의 물결이 이를 방증하듯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지도부는 혁신의 동선시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후 당내 관계자들은 "혁신위가 아니라 비대위 같다" "지도부와 친윤계들은 언제 결단을 하나"라며 의견을 쏟아냈다. 의원들을 비롯한 당내 관계자들은 지도부와 혁신위가 당면한 과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낸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당내 통합을 기치로 내걸며 광주를 첫 일정으로 시작해 제주와 대구를 찾았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공격적 행보에 당내에서는 "혁신위가 본질인 당내 개혁을 뒤로하고 자기 정치에만 몰두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위가 출범했지만, 정작 당내에 산적한 근본적 문제는 뒤로한 채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와 각을 세우며 세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혁신위가 내놓았던 △국회의원 정수 감원 △국회의원 세비 감축 등 법률개정이 필요한 원내 문제를 내세우며 이슈몰이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혁신위에는 문제점에 대한 혁신이 없고, 정치만 남아 있다.

인 위원장이 불출마를 종용했던 당사자들인 당 지도부와 친윤계들도 연일 반기와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당내 분란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당내 의원들은 "당 지도부는 혁신위를 출범시켜놓고 왜 응답을 미루고 있느냐"며 "더 이상 미루다간 불출마 타이밍을 놓쳐 쇄신도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불출마 여부를 두고 혁신위와 각을 세우는 모습에 관계자들은 탄식을 표한 것이다. 당내 한 의원은 "친윤계들은 왜 반기를 들고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국민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가"라며 "본인들의 이득만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내년 총선을 과녁 삼은 시간이 갈수록 혁신위와 지도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슈가 산발적으로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자칫 이슈에 묻혀 혁신위는 동력을 잃고, 지도부와 친윤계는 당 쇄신의 적기를 스스로 놓칠 수도 있다. 쇄신에 수반되는 전제조건은 뼈를 깎는 희생이다. 쇄신과 희생의 시간은 스스로만 이롭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몽니를 마냥 보고만 있지 않는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