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적령이 늦어지고 의지 약해...네티즌 "빈부격차 심해"
중국 국가통계국의 ‘중국통계연보 2023’. 중국 매체 캡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초혼 인구가 37년 만에 처음 11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고,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도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반면 네티즌들은 악화된 고용환경, 직업별 불평등, 재정난,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꼬집었다.
20일 지무뉴스 등 중국 매체는 국가통계국의 ‘중국통계연보 2023’을 인용, 지난해 혼인 신고를 한 커플은 683만5000쌍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통계표에 적시된 1985년 831만3000쌍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이며, 전년 대비 10.6% 감소했다.
이 가운데 초혼자 수는 1051만7600명이었다. 2021년 1157만8000명에 비교해 9.16% 줄었다. 1985년 이후 11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이 37년 만에 처음이다. 초혼자 수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3년 2385만9600명과 견줘보면 9년 동안 매년 감소해 55.9%까지 추락했다.
중국 광둥성 참사관실 특별 연구원인 둥위쩡 인구 전문가는 “객관적으로 결혼 적령기의 청년층이 감소했다”면서 “주관적으로 보면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일부 결혼 의지도 약해지는 등 비혼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필수 과목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결혼 비용 상승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청년실업률(16~27세)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청년실업률(16~24세)이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자, 7월 지표부턴 아예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 매체 홍성신문은 중국의 역대급 취업난 속에 1억5000만명이 라이브커머스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95.2%는 월수입이 5000위안(약 93만원) 이하라고 전했다.
같은 날 관찰자망이 보도한 31개 성·시의 평균임금을 보면 사영기업(개인·민간단체 운영기업)의 연평균 임금은 6만5237위안(약 1173만7400원)로 기록됐다. 반면 비사영기업(국영·외자·합자 기업 등 비민영기업)의 연평균 임금은 11만4029위안(약 2051만원)으로 사영기업과 명확히 차이가 났다.
지역별로도 격차는 뚜렷했다. 사영기업 기준 베이징과 상하이 등 1선 대도시들은 10만위안이 넘었으나 지린성, 헤이룽장성, 허난성, 간쑤성, 광시성 등은 5만위안조차 받지 못했다.
아울러 고액 연봉을 받는 일자리는 주로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정보기술 서비스업 등 특정 업종에 몰려 있었다. 농업·임업·목업·어업, 광업, 숙박·요식업, 도·소매업, 제조업 등 주로 서민 일자리로 인식되는 직업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해당 기사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평균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거나 “중앙값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우스갯소리”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대부분의 청년들은 가족을 꾸릴 때 재정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결혼 연령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자 계급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없다. 산업노동자는 현재의 결혼·연애 시장에서 무시되는 존재”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관영 매체들은 비사영기업과 상하이·베이징의 연평균 임금에 집중하며 전년대비 상승률에 주로 방점을 찍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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