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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서민층 이자 경감 방안 내놔야" 주문에 은행권 '당혹'

2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금융당국 간담회 개최

금융당국 "서민층 이자 경감 방안 내놔야" 주문에 은행권 '당혹'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및 3대 지방금융지주(BNK·DGB·JB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났다. 금융당국과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이 자리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2023.11.20/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올들어 '역대급' 수익을 낸 은행권을 향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직접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단순히 사회공헌성으로 일정 규모의 기부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간 격차) 축소를 통해 영업이익을 일부 포기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융지주들은 서민층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횡재세 논란을 덮을 만한 충분한 규모의 상생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 "서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안 마련해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주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분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금융지주 회장들을 압박했다.

실제로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3·4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2% 증가했다. 특히 국내은행들은 이 기간 이자이익으로만 44조2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8.9% 늘어난 규모다.

금융지주들은 이같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세부 지원규모 등 최종 방안은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횡재세 논란 덮을 정도의 상생금융 내놔야"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지원규모가 확정되지 않자 은행권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체 지원 금액과 방향성이 제시되면 각 금융사별로 나눈 이후에 지주에서 각 계열사별로 지원규모와 내용을 확정하는 형식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앞으로 당국과 소통하면서 자영업자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촘촘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횡재세' 법안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횡재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액을 확정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 위원장도 "금융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속칭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지만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횡재세 논란을 덮을 만한 충분한 규모의 상생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횡재세 논의가 확대되지 않도록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상생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미"라며 "지주 회장을 부른 것은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 카드 등 금융업 전반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인 만큼 구체적인 규모와 수준을 확정하기까지는 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은행·금융투자업권·보험 등 여타 금융권역별 CEO 간담회를 릴레이로 개최할 예정이어서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순차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mj@fnnews.com 박문수 서혜진 박신영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