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금융, 연말까지 상생방안 도출
이익 환수는 자본주의 원리 어긋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고금리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금융감독원-금융지주회사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에 8대 금융지주는 올해 안에 지원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지주사는 농협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KB금융, BNK금융, JB금융, DGB금융이다. 애초 16일에서 이날로 연기된 간담회에서 상생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발표는 다시 연말로 늦춰졌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른바 '횡재세' 관련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정부와 여당은 횡재세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상생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가 1000억원대의 상생안을 선제적으로 발표했지만 금융당국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의 큰 수익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여야와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같은 것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은행들의 자발적 상생방안이 아닌, 입법으로 금융기관의 이익을 환수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도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익이 아무리 많이 난다고 해도 민간 금융기관의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기업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행위다.
물론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낸 것은 맞는다. 그 이자로 거액의 희망퇴직금과 성과급을 주며 '돈잔치'를 했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잔치'에 쓰인 돈 가운데에는 자영업자나 힘들게 사는 서민들이 어렵게 벌어서 낸 이자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개입하는 순간, 자본주의의 원칙은 깨지고 만다. 금융의 본질이 돈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그 수수료가 바로 이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예대 마진, 즉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의 격차를 늘려 과도한 수익을 얻는 부분이 첫째다. 그다음으로는 일반기업도 지고 있는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의 문제다.
예대 마진에 대한 관리는 금융감독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고리대금업을 규제하는 것과 같다. 근래 은행들의 수익이 급격히 늘어난 데도 과도한 예대 마진이 작용했을 수 있다. 예금 이자는 찔끔 올리고, 대출 이자는 많이 올리는 은행들의 행태는 늘 문제가 돼 왔다.
다음으로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 책임이다. 일반기업이나 금융회사나 소비자가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융사가 이익을 많이 냈을 때,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을 위한 사회공헌 규모를 늘리도록 당국이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도 강압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다.
물론 어느 선까지 자율로 보고 강압으로 볼지의 문제가 따른다.
초과이익 환수 입법은 한국 금융사들의 최대주주인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 이익의 일부를 배당받는 게 투자의 목적인데 국가가 떼어간다면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는가. 그들의 이탈은 주가하락을 부르고, 금융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야당은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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