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GSnJ 원장
국제통상전문가로 국책연구 맡아 우루과이 라운드·한미 FTA 참여... 中 핵심품목 줄이고 범용제품 늘려
공급망 재편 인니·호주 주목해야... 합의내용 이행·비관세장벽 등 핵심
"앞으로 국제통상은 과거와 같이 눈에 보이는 관세 등의 시장접근 이슈가 아니라 상호합의 내용의 이행(Enforcement)과 비관세장벽이 핵심 이슈가 될 것입니다."
21일 서진교 GSnJ 원장(사진)은 미래의 국제통상 환경에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원장의 국제무대 경험은 1988년 '우루과이라운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 원장은 당시 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원으로 농업협상에 참여했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도 그때였다. 기존 GATT의 농산물 분야 확대가 협상의 핵심이었다. 우리 농업을 자급자족 수준에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바꾼 분수령이었다.
우루과이의 푼타 델 에스테에서 시작한 협상은 1994년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이르러서야 마무리됐다. 서 원장은 협상 막바지에서 합의서를 밤새워 작성했던 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서 원장은 "1993년 12월에 제네바에서 농업협상 타결의 핵심인 미국과의 양자 쌀협상을 마무리했다"며 "제네바 대표부에서 밤새워 이행계획서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으로 자리를 옮긴 서 원장은 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입됐다. 소고기와 자동차가 맞물린 복잡한 협상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역할도 맡았다. 서 원장은 "국제 정치역학을 무역법에 녹여 국제분쟁을 좌우하는 것이 통상협상의 본질"이라며 "모두 역사적 순간들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굵직한 근현대사 사건에서 역할을 다해낸 배경은 끊임없는 연구다. 서 원장은 "연구원은 연구 결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곳의 국책연구기관을 거치며 서 원장은 양 기관 모두에서 한 번씩 '최우수 연구보고서상'을 수상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GSnJ'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연구는 멈추지 않았다. 올해 말이면 민간 연구원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서 원장은 "조만간 국제통상과 농업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연구원으로 거듭나는 것이 소망"이라며 "수준 높은 연구 결과를 적시에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더불어 대대적 '공급망 재편'으로 급변을 겪고 있다. 국제통상 역시 무역기술장벽(TBT)이나 동식물검역(SPS) 등 새로운 유형의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서 원장은 "해당 분야 전문지식과 함께 통상법적 지식·경험이 어우러져야 대응이 가능하다"며 "정부나 학계에서 장기 계획을 세워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원장은 "공급망 재편은 한마디로 전 세계의 '중국 의존도 줄이기'로 볼 수 있다"며 "핵심품목은 줄이고 일반 범용제품은 적절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정학적으로는 인도네시아와 호주·인도, 급진적 기술혁명 측면에서는 미·일·유로존도 기존의 중요도를 가져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부동산 문제 등으로 중국 내수가 부진을 겪으며 리오프닝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혜도 낮았다"면서도 "내년에는 수혜 폭이 올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어렵지만 원칙에 기초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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