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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디플레→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돈 풀어라"

- 中 전문가 "확대 재정·금융 정책을 취해야"
- 금리 동결했어도 지준율 인하 등 수단 사용할 가능성

中 디플레→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돈 풀어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한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경제를 둘러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내수를 부양하는 신속한 확대 재정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학자는 지난 18일 상하이 재경대 주최 포럼에서 “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하락세이고 물가 상승률은 극도로 낮다”며 “이는 부족한 수요를 반영하기 때문에 확대 재정·금융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융딩은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더 나쁜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확대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며 “사실 우리의 확대 재정 정책 여지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위융딩은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기회의 창이 있는데 이를 지금 잡지 않고 시간을 허비해 변화가 일어나면 중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에 비해 0.2% 감소하며 석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생산자 물가도 13개월 연속으로 계속 하락하면서 다소 잠잠했던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PPI는 생산자가 얻는 소비재와 노동력 판매 가격의 평균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다. 생산자가 소비재와 노동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 늘어난 원가만큼 소비자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PPI가 내려갈 경우 CPI도 시차를 두고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PPI는 CPI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위융딩은 소비 진작에 초점을 맞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약한 수요”라며 “이 흐름을 막고자 확대 재정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경제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9월 7.6% 증가했다. 그러나 세부 품목으로 보면 건축·장식 재료가 4.2% 줄어드는 등 부동산과 관련된 산업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하며 미국과 금리 격차가 더 큰 폭으로 벌어지는 것을 차단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구조적 정책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이를 낮추면 은행은 자금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날 상하이증권보에 “4·4분기 대규모 국채 발행에 맞춰 연말까지 인민은행이 추가 유동성 지원에 나설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웨카이증권의 뤄즈헝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내년에도 올해의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된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