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환 정권 시절 고문을 받고 프락치(신분을 속이고 활동하는 정보원) 활동을 강요당한 피해자 박만규 목사(가운데)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선고공판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두환 정권 시절 고문을 받고 프락치(신분을 속이고 활동하는 정보원) 활동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22일 이종명·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가해진 프락치 임무 강요 및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액을 인정해 정부가 각각 9000만원씩을 지급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청구한 각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에서 일부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불법 구금을 당하고 폭행·협박을 받아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으며 그 후에도 감시·사찰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원고들이 육체·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인정돼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른바 '프락치 공작 사건'은 지난 1970~1980년대 민주화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을 강제로 군대로 끌고 가 고문 등을 통해 프락치로 활용한 사건이다. 지난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을 조사한 뒤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을 토대로 두 사람은 지난 5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박 목사는 1983년 9월 육군 보안사령부 분소가 있는 과천의 한 아파트로 끌려가 열흘가량 구타·고문을 당한 뒤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군장교(ROTC) 후보생이었던 이 목사도 보안상 연행돼 약 일주일 동안 조사를 받으며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과연 법원에서 인정한 9000만원이 국가에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볼 만한 금액인지, 피해가 회복되는 금액인지 당사자와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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