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퍼주기 안되도록 기업 유턴정책 전면 손질해야

경쟁력·고용 기여 기대에 못 미쳐
첨단기업 지원 등 제도 혁신해야

[fn사설] 퍼주기 안되도록 기업 유턴정책 전면 손질해야
지난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목적을 상실한 막무가내식 정책은 걸러내야 한다. 국내 복귀기업(유턴기업) 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여년간 인센티브를 제시해 왔는데도 손에 쥔 성과가 없어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내놓은 '리쇼어링 기업의 특징과 투자의 결정요인'에 따르면 지금껏 시행해온 유턴기업 지원책의 정책적 성과 달성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 정책은 대기업들이 해외공장을 정리하고 국내투자를 늘리는 방식을 기대해왔다. 고용과 내수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을 선택한 기업들은 영세한 곳들이 주류를 이뤘다. 물론 경쟁력은 갖췄는데 해외 경영환경 변화로 복귀한 좋은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해외 공장을 접고 국내로 되돌아오려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글로벌 경쟁력에서 부침이 심한 기업들이었다. 특히 고용기여 면에서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리쇼어링 기업들의 투자액 대비 고용창출 효과가 국내에만 사업장을 둔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에 비해 확연히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쯤 되면 굳이 지원금을 주며 유턴기업을 모집할 이유가 없어진다.

지난 2010년 이후 각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드러내며 유턴기업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리도 2013년 관련 법을 시행해 대세에 편승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들을 일단 국내로 불러들여 보고 성과 여부는 나중에 보자는 식이었다. 경쟁력 여부나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를 따지는 것은 뒤로 미루고 일단 유턴기업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마저도 숫자가 미미했다.

이제는 리쇼어링 정책에 대한 근본적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유턴정책의 목적은 공급망 안정,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고용촉진이 기본이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 기조와 당근책을 제시하면 된다. 먼저 해외에 나간 기업을 무조건 국내로 끌어온다는 경직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방식은 탁상행정주의의 틀을 깨지 못했다. 경쟁력이나 국내경제 기여를 따지기보다 일단 국내복귀 숫자만 늘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실적주의로 기업을 유치해봤자 국내에서조차 살아남기 힘들다. 막대한 인센티브를 노리고 국내로 되돌아오려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생산 혹은 생산 프로세스의 국내화에 초점을 맞춰 리쇼어링을 논할 때가 됐다. 국내 정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까지 무리하게 끌어들이겠다는 강박관념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불러들여 봤자 경쟁력이 도태되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더구나 해외사업 역량이 떨어지는 기업에만 차별적 혜택을 제공한다면 국내에서 성실하게 경영해온 기업을 역차별하는 것과 같다.
인센티브는 지나치게 인색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불필요한 기업에 대한 남발은 예산 낭비다. 첨단제조업 등 정책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지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