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마약이 시민들의 일상에 침투하면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태국 등 마약 우범국에서 입국하는 여행자 전체를 상대로 비동의·비접촉 전신 검사를 실시한다. 마약에 중독된 의료인의 면허는 취소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오남용해 처방할 경우 자격정지 처분도 내리게 된다. 경찰은 간부 등을 망라해 마약 투약 여부를 검사한다.
■마약 우범국 입국자 전수조사 실시
정부는 22일 △불법 마약류 집중·단속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 개편 △치료·재활·예방 인프라 확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뒤 꾸려진 범정부 마약류대책협의회의가 1년간 논의를 거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국무조정실과 법무부·외교부·보건복지부·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 등 15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마약류대책협의회에 참여해왔다.
정부는 우선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류 반입 자체를 막기 위해 입국자와 화물 검색을 강화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마약류 압수량 중 60.3%(496㎏)가 밀반입 단계에서 적발되는 만큼 세관 차원의 단속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은 비접촉 방식으로 전신을 3초 만에 스캔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전국 공항과 항만에 설치, 마약 우범국에서 입국하는 여행자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한다. 마약 고위험국발 화물은 일반 화물과 분류해 집중검사를 실시, 우범국발 우편물은 검사 비율을 50% 이상 확대한다.
펜타닐과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전 경고 시스템과 의료인 자격정지 행정처분도 도입한다. 지난 8월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직후 운전을 하다가 행인을 들이 받아 중태에 빠뜨린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계기로 치료 목적의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사의 처방량과 횟수 제한, 성분 추가 등 처방금지의 조치 기준이 강화된다. 타밍 명의로 마약 처방을 받는 사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학습으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의심 처방·투약사례를 자동으로 추출해 정밀 분석도 실시한다.
의료인에 대한 책임도 강화된다. 의료인이 먀악 투약으로 중독판정을 받을 경우 면허가 취소되며 면허 재발급을 위해서는 의료윤리, 의료법 등 교육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의료인이 마약류관리법의 목적 외 투약·제공 조항을 위반할 경우 12개월의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이 신설된다. 업무정치 처분의 과징금 전환을 제한하며 징벌적 과징금 도입도 추진한다.
지난 7월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마약 탐지견 유로와 관체성 직원들이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성년자 마약 공급 '사형' 구형
최근 '마약경찰' 파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도 직원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내년부터 총경 이상 고위 간부와 경정 이하 계급의 10%인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찰은 최근 이런 내용의 내부 마약 검사 계획을 수립, 내년도 관련 예산 4억1400만원을 국회에 편성 요청했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난 7일 해당 예산안이 통과됐다.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매년 차관급 경찰청장과 그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 총경 등 경찰 고위급 간부 800여명 전원이 마약 검사를 받게 된다.
공무원 5급에 해당하는 경정 이하 계급에서도 전체 13만여명 중 대상자 10%를 선별해 마약 검사를 할 예정이다. 검사 방식은 소변이 아닌 타액 채취로 한다.
앞서 지난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사, 대기업 직원 등 20여명이 벌인 마약 모임 중 경찰관이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경찰의 소변과 모발, 혈액에선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와 신종 마약 성분이 검출된 바 있다.
마약류 범죄 양형기준 강화도 추진한다. 특히 마약류 밀수·매매 등 공급사범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영리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공급·하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 또 마약류를 단순 투약하거나 소지한 초범도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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