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화기학회지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내시경을 받던 남성의 대장에서 온전한 형체의 파리가 발견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는 이 같은 사례가 실렸다.
학회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 미주리주(州)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정기건강검진을 받던 A씨(63)의 대장 내시경 도중 결장 일부인 횡행결장 벽면에서 형태가 남아 있는 파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파리가 어떤 경로로 A씨 몸속에 들어갔는지, 어떻게 위산을 피해 어둡고 굴곡진 대장 중간 지점까지 도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A씨 역시 그동안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또 대장 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은 것 외에 전날 섭취한 음식은 없었으며, 검사 이틀 전 피자와 상추를 먹은 게 전부라고 밝혔다.
주치의였던 매튜 벡톨드 미주리의대 소화기내과 과장은 “파리가 환자의 입을 통해 들어갔다면 소화효소와 위산이 파리를 분해했겠지만 너무 온전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먹었던 상추에 파리 알이나 유충이 있었고 이것이 위산을 견디고 살아남아 부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립 의학 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 따르면 극히 드문 경우지만 곤충알은 위산과 장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과거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1984년에 보고된 사례 중 생후 12개월 된 아기의 대변에서 움직이는 벌레가 나온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기가 먹은 바나나에 파리 알이 있었고 유충이 위산에서 살아남아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파리나 파리 유충이 체내에 침입해 감염되는 병을 구더기증(myiasis·승저증)이라고 한다. 보통은 상처가 났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파리가 상처에 알을 낳으면서 감염된다. 드물게는 과일이나 채소에 묻은 파리 알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겪는 병이다. 치료 방법은 파리 종과 기생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 살을 찢어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유충을 자연 배출하게 되면 저절로 낫는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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