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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많은 게 능사 아냐… 내부 전문성과 조화가 중요"[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캐스퍼 마이스너 닐슨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교수
대주주 견제·감독 기구로 사외이사 중요성 커지지만
비중 늘수록 기업 기여도 떨어져 이사 한 명당 0.8% 수준
가치 창출 극대화하려면 사내이사와 균형 속 독립성 보장

"사외이사 많은 게 능사 아냐… 내부 전문성과 조화가 중요"[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캐스퍼 마이스너 닐슨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교수이자 홍콩과기대 겸임교수는 행동 재무학, 기업 거버넌스, 가족 사업, 가계 금융 분야의 전문가다. 그의 연구는 경제 및 재무 분야 최고의 저널에 게재되었으며 비즈니스 위크, 파이낸셜타임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더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한 세계 주요 신문 및 잡지에 소개됐다.

"사외이사 많은 게 능사 아냐… 내부 전문성과 조화가 중요"[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강동현씨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에서 재무 전공 박사과정 중이다.

기업 내 사외이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대주주의 횡포를 제어하고, 기업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사외이사를 대거 고용하며 경영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사내이사 수를 넘어서는 사외이사를 고용, 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유착관계 등의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기업 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캐스퍼 마이스너 닐슨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사외이사의 역할 등을 알아본다. 또 닐슨 교수의 또 다른 전문분야인 기업승계와 가계금융(모기지 시장)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경영진 보상 및 사외이사(Executive compensation & Independent directors)

―사외이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 수가 많으면 좋은 것인가.

▲기업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것이 항상 더 나은 지배구조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균형 잡힌 구성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이사는 회사 내부 운영에 대한 중요한 지식을 제공하며, 이는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에 필수적이다. 내부 전문성과 외부 감독의 이러한 조화가 이사회의 효과성에 기여하며, 모든 상황에 맞는 획일적 접근법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이 클수록 그들의 한계가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전적으로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이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 효과적인 이사회 구조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혼합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 단 대주주나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사외이사의 효과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사외이사 존재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 결과 사외이사 한 명이 회사 가치의 0.8%가량 기여한다는 것을 정량화했다. 우리는 사외이사의 예상치 못한 사망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을 분석, 사외이사의 영향을 조사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사건 중 약 3분의 1이 주가에 긍정적 반응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일부 주주들이 특정 사외이사를 기업가치에 해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반대로 나머지 3분의 2는 부정적 주가 반응을 경험했는데, 이는 사외이사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일반적 인식을 나타낸다. 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창출하는 가치는 그들의 독립성 수준과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와의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 CEO가 그들의 선정 과정에 관여했을 수 있기에 현 CEO 재임 중에 임명된 이사의 독립성 수준이 낮은 경향이 있다.

―CEO의 보수 수준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다. CEO의 보수를 정당화할 수 있나.

▲CEO 보상의 핵심 문제는 보수와 주주가치 창출과의 연계다. CEO의 보수가 회사에 추가한 가치와 상응한다면 높은 CEO 보수는 정당화될 수 있다. 우리는 CEO에 의해 창출된 가치가 CEO 자신과 주주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는지 조사했다. 평균적으로 CEO는 창출된 가치의 약 70%를 보유하고 나머지 30%는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추가 분석에 따르면 주주가치에 더 크게 기여한다고 인식되는 임원은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경향이 있다. 우리 연구 결과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CEO 급여구조는 투명해야 주주들이 보상과 성과 사이의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주주들은 임원 보상 패키지를 면밀히 조사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주주들이 정보를 갖고 있으며 CEO의 보수가 가치창출에 상응한다고 만족한다면 보수 수준 그 자체는 논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족기업 및 경영승계(Family business & succession)

―서구 기업에 비해 아시아 기업에서 가업승계가 어렵다. 이유는.

▲기업승계 계획은 문화권과 상관없는 보편적 난제다. 일반적인 기업 소유주들이 자신을 사업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은퇴를 고려하는 데 있어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계승계획을 미루게 하여 결정이 긴급해질 때까지 미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유주들은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 내 계승을 선호하지만 시의적절한 계획이 없으면 소유주가 보존하려는 유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비즈니스 리더가 원활하게 승계작업을 하기 위한 방법은.

▲효과적 계승전략은 조기 및 적극적인 계획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계획이 늦어져 후계자가 회사를 유능하게 관리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 경험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잠재적 후계자들이 교육경험과 관련 전문경험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상적으로는 가족사업 외부에서 경험을 얻어야 한다. 이 외부경험은 리더십에 매우 중요한 넓은 시각과 견고한 기술세트를 제공할 수 있다. 계승계획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특히 준비되지 않은 차세대로 리더십이 이양될 때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이익의 현저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후계자가 올바르게 선택되고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이러한 가족 후계자들의 성과는 전문 CEO와 동등할 수 있다. 따라서 후계자가 적절히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가족사업의 연속성과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행동재무학과 개인경험(Behavioral finance & Personal experience)

―1997년 외환위기 등 금융위기가 한국 가계의 금융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위기 동안의 부정적 경험은 한국 가정의 위험감수 행동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재정적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이후의 재정적 결정에서 더 신중한 접근방식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부정적 금융경험을 가진 개인은 상속과 같은 예기치 않은 이득이 발생할 때 더 큰 재정적 위험을 감수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투자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높다. 주식시장 및 기타 높은 위험투자 기회에 대한 회피는 장기적으로 부의 성장을 위한 기회를 놓치게 하여 장기적으로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 화이트칼라 범죄나 금융 위법행위가 많이 발생했다. 가정·소매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무직 범죄와 금융 위법행위는 한국 가계와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금융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금융범죄에 노출되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 개별 투자자 사이에서 시장 참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한 사건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은 위험을 철회하고 회피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재무원칙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 접근방식은 어떤 단일회사나 사건과 관련된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속담으로 말하자면 모든 금융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음으로써 투자자들은 사무직·금융 범죄의 여파로부터 자신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설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2007~2008년 금융위기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은 대출 개시 시점에서 적절한 위험평가를 위해 모기지 은행의 인센티브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MBS(Mortgage-Backed Securities)의 경우 위험이 거의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전돼 은행이 차용자의 상환능력을 철저히 평가하려는 동기를 크게 감소시켰다. 향후 이러한 시스템적 위험을 완화하려면 모기지 상품 설계에 은행의 이해관계가 엄격한 신용평가의 필요성과 일치하도록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포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위험의 일부를 보유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잘 설계됐다고 생각하는 주택담보대출시장이 있다면.

▲덴마크의 주담대 모델은 은행이 신용위험(채무불이행에서 오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동기를 유지하는 방식에서 강건한 시스템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은행이 신용위험을 유지하고 대출자에게 모기지 부채 인수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은행은 손실된 대출을 다른 대출로 대체하여 투자자가 전액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투자자의 손실은 은행이 대체 대출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 구조는 은행이 자신들의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보장하며, 책임 있는 대출관행을 유지하도록 은행의 동기를 일치시킨다. 덴마크 모기지 시스템의 견고성은 역사적 뿌리에도 반영되어 있다. 1795년 코펜하겐 대화재의 여파로 주택 재건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된 이 시스템은 수많은 금융위기와 경기변동 속에서도 모기지 은행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사례가 없이 200년 넘게 시간의 시험을 견뎌왔다.

―한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변경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이 LTV 규제를 조정하는 것은 주택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TV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급격한 주택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 더 안정적 시장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제한을 완화하거나 비율을 상승시키거나 상한선을 없애는 것은 주택 가격상승을 촉진하고 잠재적으로 주택 소유주에게 있어서 구매력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 LTV 체계의 독특한 측면은 다양한 지역에 걸쳐 차등비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접근방식은 다양한 지역을 특징 짓는 다양한 가격역학을 인정, 각 지역의 특정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규제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대담 = 강동현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재무 전공 박사과정
정리=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