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재추계 결과에서도 올해 세수오차가 5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세입전망도 재추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시기 편성한 2021년부터 우리 정부의 세수예측은 계속해서 오차를 기록했다. 특히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오차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올해 성장률과 세입 전망의 핵심이었던 기업 실적이 내년에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8월에 세운 내년 세입 역시 재추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를 통해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기획재정부가 계산을 내놓은 8월 이후 거시경제 흐름을 바꿀 만한 요인들이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기재부는 8월 재추계 결과 발표 당시 내년 국세수입을 본예산(400조4570억원) 대비 33조820억원(8.3%) 줄어든 367조3750억원으로 예측했다. 59조1000억원에 이르는 '세수펑크'를 겪은 올해 예산보다는 26조원(7.6%)이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당시 추계에서 이미 법인세 전망을 일정 부분 보수적으로 반영해뒀다. 올해 기업 실적부진이 내년 상반기의 법인세 예비납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다. 당초 '상저하고' 흐름에 따라 예상했던 기업의 반등지표도 8월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기재부는 내년 전망치가 당초(79조6171억원)보다 1조9522억원(2.5%) 감소한 77조6249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세와 함께 주요 세목으로 꼽히는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전망도 밝지 못하다. 양도소득세는 주택시장은 완만한 가격조정과 함께 연착륙을 예상했고, 주식시장 역시 회복세에도 금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봤다. 종합소득세 역시 성장률에 비례해 완만히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일부 세제개편과 자녀장려금 확대 등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예결위는 8월 당시의 하방압력 요인에 더해 지난 3개월여간 추가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예결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거시경제 변수의 변동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실질성장률과 물가 등을 점검한 후 국세수입 전망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아직까지 재추계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여러 차례 "이슈가 생길 때마다 다시 추계 결과를 내놓는 것이 정확도를 올리지 않는다"면서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최신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상방·하방 압력요인이 교차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섣불리 부정요인을 반영해 예산이 더 줄어든다면 내년 반등에 어려움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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