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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銀, 3천억 부실채권 털면 뭐하나… 연체율 올라 ‘건전성 뚝’

5개 지방은행 부실채권 상·매각
작년 동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
고금리·고물가 등 외부 영향
부실채권 정리 규모 늘려도 연체율 상승 속도 못 따라가

지방銀, 3천억 부실채권 털면 뭐하나… 연체율 올라 ‘건전성 뚝’

고금리 상황과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5개 지방은행이 지난 3·4분기에만 3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배에 맞먹는 규모다.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지만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상승세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부실채권 내다 팔자" 전년 比 2배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이 올 3·4분기 털어낸 부실채권 규모는 30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579억원)와 비교해 무려 90.7% 급증했다. 전 분기(2987억원)와 비교해도 0.8% 소폭 증가하며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상각은 부실채권에 대해 100% 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을, 매각은 부실채권을 유동화회사 등에 팔아 현금화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에 대한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장부상 이를 정리하는 절차다.

은행별로 대구은행이 채권 591억원 규모를 상각, 423억원 규모를 매각해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1014억원의 부실채권을 털었다. 그 뒤로 상·매각 규모를 통틀어 △부산은행 870억원(724억원+146억원) △경남은행 625억원(199억원+426억원) △전북은행 255억원(150억원+105억원) △광주은행 248억원(241억원+8억원) 순이었다.

경남은행(215.7%)과 전북은행(145.0%)의 상·매각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 증가율이 높았고 다른 은행도 모두 60% 이상 규모가 불어났다. 대체로 매각(1108억원)보다 상각(1904억원)한 규모가 더 컸다.

■장부서 지웠는데… 연체율·NPL 비율도 상승세

통상 은행은 분기 말 집계를 앞두고 상·매각을 통해 부실채권 규모를 줄인다. 이렇게 털어낸 부실채권은 NPL 비율 등을 산출할 때 포함되지 않아 건전성 지표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외부 변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비슷한 부실이 또 나타날 수 있지만 일단 지워져 보인다는 얘기다. 명목 지표와 상·매각 규모를 포함한 수치가 실질적인 건전성 관리 능력 '가늠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불리는데 연체율과 NPL 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방은행의 올 3·4분기 연체율은 △부산은행 0.44% △대구은행 0.54% △전북은행 1.34% △광주은행 0.69% 등으로 경남은행(0.32%)만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2배 이상 올랐다. 총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NPL 비율도 오름세로, 지난해 0.50%였던 전북은행 NPL 비율이 지난 1년 새 정확히 2배가 되면서 올 3·4분기 1.00%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0.45%→0.37%)을 빼고 모든 은행이 0.04~0.25%p 상승했다.


주기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해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화 불능' 상태인 것이다. 고금리·고물가 등이 전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지방 경기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역마다 가계 상황이 더 좋지 않은지, 기업이 더 좋지 않은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