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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XBRL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강남시선] XBRL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왜 욕을 하고 그래." "아주 흥미로운데요."

오는 2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5회 국제회계포럼의 주제 '본격화된 XBRL, 기업 재무정보 공시 준비 키워드는'에 대한 주위의 상반된 반응이다.

전자는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회사 동료, 후자는 대학교 회계학과 교수의 말이다.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쉽게 말하자면 공시 전산언어다. 기존 공시방식인 HTML이나 PDF 데이터는 컴퓨터가 인식할 수 없는 탓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일일이 찾아서 기록하고 비교해야 했다.

XBRL은 데이터 작성단계에서 재무제표 전체, 개별 계정과목 및 수치에 표준화된 식별코드가 부여된다. 하나의 형식에 맞춰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뀌는 것이다. 국내 공시가 영어로 변환돼 외국인투자자에게도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진다.

'주식투자를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더러 본 적이 있을 거다. 그간(2007년부터)은 비금융업 상장사의 재무제표 본문에 대해 XBRL 데이터를 개방해왔다. 올해 3·4분기부터는 금융업 상장사, 사업보고서 제출 비상장사도 그 대상이 됐다. 또 내년 3월에 제출하는 2023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주석까지 (자산총액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투자자들이 XBRL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먼저 회계의 투명성이 높아진다. XBRL의 고유 기능을 통해 재무제표와 주석 간의 불일치, 계산 오류 등을 잡아낼 수 있다. 그만큼 재무정보가 정확해지는 것이다. 통계화도 한층 수월해진다. 국내는 물론 해외투자자들도 공시 즉시 재무제표와 주석을 엑셀 등으로 쉽게 뽑아내고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가능하다.

특히 XBRL이 본문에서 주석으로 확대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소송이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우발채무 등 주석에 기재돼 있던 내용들이 DB화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결정에 더 명확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량한 기업들의 경우 이 같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현재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애플의 데이터는 볼 수 있지만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볼 수 없다. XBRL이 확대되면 블룸버그 단말기의 표준화 툴에 맞춰 삼성전자의 재무제표가 영문으로 공개된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 더 활발하게 유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재무정보 공시에 적용하면 한층 더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는 우리 자본시장의 해묵은 숙제다. 갖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XBRL을 통한 재무정보 공시 혁신이 국내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고,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본다.

윤경현 증권부장 blue7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