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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강아지 공장' 뿌리뽑는다..'한국판 루시법' 통과될까

동물학대 온상 '강아지 공장'
국회에서 관련법 발의
'한국판 루시법'
반발도 거세

불법 '강아지 공장' 뿌리뽑는다..'한국판 루시법' 통과될까
보령시 주산면 창암리 한 불법 개 번식장에서 발견된 반려견들 모습.(독자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지난 9월 경기도 A지자체 소재 한 번식장이 1400마리 개들을 한꺼번에 밀집 사육하다 관계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모견(母犬)의 배를 가위로 가르거나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정부 허가를 받은 '합법 번식장'이었지만 허가받은 개체 수를 훨씬 뛰어넘는 개들을 사육하며 모견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편법 운영을 벌여왔다.

#2. 올해 7월에는 충남 B지자체내 불법 번식장 2곳에서 강아지 500여 마리가 구조됐다.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이 번식장의 뒤에는 펫숍 등에 번식견들을 넘기 반려동물 경매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단체들은 경매장 대표 A씨 소유 업체 2곳과 동물협회를 동물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형고발했다. 특히 A씨는 대전의 한 대학에서 반려동물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강아지 공장..열악한 환경에 반려동물 위생 엉망 지적

정부와 정치권이 동물 관련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개 식용 종식을 3년 뒤로 정한 가운데 동물 학대의 온상으로 지목된 '강아지 공장' 문제를 해결할 법안도 국회에서 발의돼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강아지 공장'은 분양할 강아지를 집단으로 번식·양육하는 곳을 뜻한다. 동물단체들은 "연간 13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이 중 절반은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반면 강아지 공장, 경매장, 펫숍을 통해 연간 2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돈벌이 수단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경매와 투기가 목적인 동물 거래 금지 △월령이 60개월 이상인 개∙고양이의 교배 또는 출산 금지, 월령이 6개월 이상인 동물 총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 △6개월 미만 개∙고양이의 판매 금지 및 동물 판매 시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 경매를 통한 거래의 알선 또는 중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판 루시법에 동물단체 '환영'

동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한국판 루시법'으로 부르며 환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된 루시법(Lucy’s Law)은 영국의 한 사육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구조된 루시는 6년간의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과 관절염을 앓다 사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법안 통과를 위한 여론이 들끓었다.

루시법에 따라 영국에서는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판매가 금지됐으며, 전문 브리더에 의해 번식된 2개월 이상의 강아지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에 의해서만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 제3자 거래가 전면 금지돼 공장식 번식장과 펫숍이 사실상 금지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려동물 판매 업계는 "한국의 반려동물 판매 구조는 영국과 다르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생산업소는 2086개, 판매업소는 3944개로 집계됐다. 무허가 생산, 판매 업소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개식용 특별법 제정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이에 동의해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정이 제시한 '개 식용 종식' 시점은 3년 뒤로, 특별법 시행 이후 3년 동안 단속을 유예하다 2027년부터 단속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예 기간에 업계 종사자들은 시설 철거나 전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는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