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내놔도 사법문제에 가려져"
"리더십 강성지지자 영향" 李대표 비판
신당 창당 가능성 시사
총선 전 '명낙대전' 재현될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주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학술 포럼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3.11.28. mangusta@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작심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야권 정개개편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당장 비명계가 친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전 대표는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서울 용산구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민주당을 향해 "참담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당내 다양성과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며, 그 원인을 "리더십과 강성지지자들의 영향"으로 짚기도 했다. 이어 "(야당이)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문제에 가려지곤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애둘러 저격했다.
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나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등을 염두에 둔듯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원외조직 '민주주의실천행동'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데에 뜻을 같이한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당화 논란이 있는 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창당 관련 질문에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가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야권 내 계파 갈등 및 야당 분화 이슈가 재점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강화하는 안을 추진하면서 비주류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가 당대표 재선을 노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 이어 계파 갈등에 따른 '명낙대전'이 재현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당화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이 당내에 꽤 있다"며 "비명계가 뭉쳐서 이 동력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전했다.
다만 범비명계에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선 현 당대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9월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끝난 것으로 봐야한다"며 "이제는 이재명 체제로 힘을 모으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 및 친명계 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등장으로 인한 여파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며 계파 갈등이 내홍으로 비화되지 않게 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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