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리는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도착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
[파이낸셜뉴스]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29표대 119표로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돌아갔다. 아쉽게 2030엑스포는 불발됐지만, 유치 활동을 통해 얻은 자산은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유치위원회는 지난 17개월 간 182개국 대부분을 포함하는 교섭활동을 펼쳐왔다. 드라마틱한 역전극은 무산됐지만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을만큼 노력했다는 평가다. 부산은 2035년 세계박람회 재도전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29표대 119표…'오일머니' 벽 높았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투표 결과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는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며 개최지로 선정됐다. 총 165개국이 던진 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119표(72%), 한국은 29표(18%), 이탈리아는 17표(10%)를 얻었다.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당초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박빙 판세까지 추격했다는 자체 판단을 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발 주자인 사우디의 벽은 높았다.
이날 BIE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주신 재계 여러 기업과 힘 써주신 모든 정부 관계자, 부산 시민들, 국회의 만장일치의 지원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결과에대해 저희가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 182개국을 다니면서 우리가 얻은 외교적 자산은 계속 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번 투표 결과는 아쉽지만, 부산의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다"며 "우리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기억하고 도전하는 한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한국 경제 글로벌 지평 확대 계기"
엑스포 유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 경제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나라는 엑스포 유치 후발주자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세계를 누비며 총력을 기울였다"며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세계 다양한 국가와 교류는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아시아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韓 외교자산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내놓은 민관 경제사절단의 '맞춤형 경협 패키지'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도 당장 내년부터 43%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범부처적 지원도 이어졌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일벼 품종의 벼 모종을 담은 모판을 들고 인구 60만명의 아프리카 서부 섬나라 카보베르데로 날아가기도 했다. 우리 종자를 아프리카에 전파하는 'K 라이스벨트'는 식량위기의 해법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통가, 피지 등 태평양도서국을 대상으로는 한국의 해양수산 국제협력 비전인 '코리아-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가 발족했다.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었던 18개 도서국가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파트너로 그 위치를 옮겼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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